'저질 몸치' 장현성, 발레리나와 춤을 춘다

  • 스포츠조선 권영한 기자

입력 : 2010.01.27 10:31

10년만에 뮤지컬 '컨택트'…'제중원' 촬영도 겹쳐

드라마 '제중원'에서 명성황후의 조카이자 고위 관료 민영익을 연기하는 장현성. 뮤지컬 '컨택트'에선 나비 넥타이를 매고 '노란 드레스의 여인'과 스윙 댄스를 춘다. 장현성은 "댄스(dance)라는 말이 '생명의 열망'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탄하(tanha)'에서 비롯됐는데, 그 이유를 '컨택트'를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님, 왜 하필 저같은 사람을 캐스팅하셨나요." 그의 입에서 이런 하소연이 나올 법도 했다. 지난 7주 동안 배우 장현성은 밥 먹는 시간 외엔 계속 춤만 췄다. "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 생쥐처럼 땀에 젖어" 살았다. 남들이 30분이면 익히는 동작들이 그에겐 다섯 시간, 여섯 시간짜리다. 드라마 '제중원'(SBS) 촬영까지 겹쳐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극단 학전 시절 '지하철 1호선' 원년 멤버다.

당시 뮤지컬은 움직임이 많은 연극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요즘 나오는 훌륭한 뮤지컬 후배들을 보면서 '난 이제 뮤지컬을 하면 안되겠다. 작품이나 동료 배우들에게 민폐만 끼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11월 뮤지컬 '컨택트(contact)'의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처음엔 노래가 없는 뮤지컬이라고 하더라. 그 다음엔 춤을 못 춰도 된다고 하고. 작품에 대한 자료를 보니 욕심도 났다." 2000년을 끝으로 뮤지컬을 안 했으니 10년만의 외출이다.

▶ 접촉 장애의 현대인을 위한 춤사위

'컨택트'는 2000년 토니상에서 뮤지컬 부문 최우수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세계 최고의 안무가 수잔 스트로만의 연출작으로 재즈, 스윙, 현대무용, 발레 등 화려한 춤의 향연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컨택트'는 접촉 혹은 만남을 의미한다. 세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각각 진정한 소통과 접촉을 갈구하는 현대인을 그린 작품이다. 장현성은 마지막 에피소드의 주인공 마이클 와일리 역을 맡았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이 그의 상대역인 '노란 드레스의 여인'이다. '한국 발레 1인자'와 '저질 몸치'의 극적인 만남이다.

"감독님께 '왜 하필 저같은 사람을 캐스팅했냐'고 물어봤더니 전세계 어느 공연에서도 '컨택트'의 마이클 와일리 역은 전문 댄서가 아닌 일반 배우가 캐스팅됐다고 하더라. 춤을 정말 잘 추는 사람이 못 추는 척을 하는 것보다는 원래 못 추는 사람이 연습 열심히 해서 추는 게 좀 더 진정성 있어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삶의 허탈감을 떨치게 해준 원동력

마이클 와일리는 광고대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는다. 그는 감격에 겨워 "내가 어떤 한 가지를 위해 내 모든 에너지를 걸었고, 또 내가 그 한 가지를 쟁취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이 금덩어리 동상보다 특별한 게 뭐가 있겠어요"라고 수상소감을 말한다. 그순간 그는 깊은 공허함에 빠진다. 결국 마이클은 그날밤 홀로 집에 돌아와 자살을 결심한다. 

"현실의 허무함을 나도 느낄 때가 있다. 늘 그렇다. 지금도 그렇고.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것 같다. 늘 외롭고 비어있는 것 같다. 삶 자체의 쓸쓸함이 짙다. 그런 허기나 갈증이 있기 때문에 자연인 장현성으로서의 인생에 우산이나 그늘이 되어주는 게 바로 연기다. 창작물을 하나 내놓고 여러사람들과 그야말로 '컨택트'가 되는 순간들이 내가 쓸쓸함을 가장 덜 느끼는 순간인 것 같다." 8일 국내 초연을 시작한 '컨택트'는 17일까지 LG아트센터, 22일부터 31일까지 고양아람누리에서 공연한다.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