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외도·전쟁 상처 예술에서 위안 여성작가 최초로 'MoMA'에서 회고전

  • 손정미 기자

입력 : 2010.01.19 03:31

루이즈 부르주아는…

세계적인 조각가이자 화가인 루이즈 부르주아는 1911년 파리에서 태피스트리를 수선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부르주아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가정교사를 들였는데 이 여성과 혼외정사를 가짐으로써 부르주아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부르주아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아버지를 따라 어머니와 함께 전쟁터를 옮겨다녔고, 그때 팔다리를 잃은 병사들의 참혹한 모습을 목격했다.

부르주아는 당시 여성으로선 드물게 소르본 대학에서 기하학을 배웠고 파스칼·볼테르·데카르트의 책을 탐독했다. 그는 가족에게서 얻은 상처를 위로받기 위해 기하학에 의지했는데 어머니가 사망하자 기하학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이후 몽마르트르에 있는 화가들의 작업실을 드나들면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잃고 상실감에 빠진 부르주아는 예술의 세계에서 위안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 후 부르주아는 페르낭 레제로부터 평면보다 입체에 대한 감수성이 더 좋다는 말을 듣고 조각에 눈을 떴다.

부르주아가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된 것은 미국의 미술사학자 로버트 골드워터와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였다. 19세기적인 유럽 도시 파리에 젖어 있던 부르주아는 뉴욕의 거대한 빌딩과 자동차가 질주하는 대로(大路)를 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고, 마르셀 뒤샹·윌렘 드 쿠닝·마크 로스코·막스 에른스트와 친분을 나눴다.

1945년 뉴욕에서 첫 개인전 《루이즈 부르주아의 회화전》을 열었고, 1949년 뉴욕 페리도 갤러리에서 나무로 만든 17점의 입상을 선보이면서 조각가로 데뷔했다. 1951년 모마(MoMA·뉴욕현대미술관)의 알프레드 바 관장이 부르주아의 작품 〈잠든 형상〉(1950)을 구입해 소장하면서 주목받았고, 1966년에는 뉴욕에서 여성 조각가 에바 헤세와 미국의 개념미술가 브루스 나우먼(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자)과 함께 전시를 가졌다. 그는 1970년대에는 집회나 토론·전시를 통해 페미니즘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1982년 모마(MoMA)에서 부르주아의 회고전이 열렸는데, 이는 모마에서 열린 여성작가의 첫 회고전이었다. 1993년에는 미국 대표로 제45회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했으며 1999년 제48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