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1.18 03:16
연극 '루시드 드림'
극단 청우의 《루시드 드림(Lucid Dream)》에는 펄떡이는 에너지가 있다. 이 연극은 막을 열자마자 엄청난 힘으로 관객을 잡아당긴다. 괴력의 정체는 연쇄살인 사건과 소설 《죄와 벌》이다. 제목은 자각몽(自覺夢·꿈을 꾸면서 그 사실을 자각하는 현상)을 뜻한다. 팽팽한 긴장 속으로 빨려들어온 관객은 연쇄살인 피의자 이동원(정승길)으로부터 충격적인 한 문장을 듣는다.
"내 운명에 살인이 허락되는지 알고 싶었소."
법정에서 져본 적이 없는 변호사 최현석(이남희)이 '왜 연쇄살인을 자백했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최현석은 이동원의 변호를 맡았다가 자살한 선배가 자신에게 남긴 소설책 《죄와 벌》에서 단서를 발견한다. 소설에서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 라스콜니코프가 등장하는 자리마다 '이동원'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동원은 시계수리공이고, 재판은 일주일 남았다. 여기서부터 최현석과 관객은 시계 초침이 헐떡이는 소리를 듣는다. 똑딱똑딱….
"내 운명에 살인이 허락되는지 알고 싶었소."
법정에서 져본 적이 없는 변호사 최현석(이남희)이 '왜 연쇄살인을 자백했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최현석은 이동원의 변호를 맡았다가 자살한 선배가 자신에게 남긴 소설책 《죄와 벌》에서 단서를 발견한다. 소설에서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 라스콜니코프가 등장하는 자리마다 '이동원'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동원은 시계수리공이고, 재판은 일주일 남았다. 여기서부터 최현석과 관객은 시계 초침이 헐떡이는 소리를 듣는다. 똑딱똑딱….
연극은 후각으로 돌진해왔다. 살인의 비린내, 그리고 배우 이남희가 씹는 은단 냄새다. 이동원의 머릿속을 헤매던 최현석은 자신의 상처와 맞닥뜨린다. 마담(길해연)이 최현석의 빨간 넥타이를 가위로 토막 낼 때 그가 도끼로 그녀를 내리치는 장면은 핏빛이었다. 최현석은 소리친다. "내 머릿속에서 나가! 난 자야 해!"
희곡(차근호)이 충분히 다층적이었고, 연출(김광보)은 완급을 조절하며 강력한 드라마를 빚어냈다. 중성적이면서 연극성이 강한 이남희, 날카롭다가도 최현석의 분신(分身)이 될 땐 능청을 보여준 정승길, 뜨겁고 금방 증발할 것 같은 길해연의 연기가 뭉쳐진 연극은 밀도가 단단했다.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도 좋았다.
《루시드 드림》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감염'이다. 이동원 주변에 있던 검사측 증인들은 죽어나간다. 《에쿠우스》에서 주인공 앨런과 그의 정신감정을 맡은 다이사트 박사가 점점 동일시되듯이, 이동원과 최현석은 어느 순간 한덩어리로 겹쳐진다. '이동원이 미쳤다고 해야 사람들이 안도할 것'이라는 결론이 상투적이지만, 운명과 싸우는 이동원의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시끄럽게 차올랐다 소멸해가는 시계 초침 소리가 귓바퀴에 맴돌았다.
▶31일까지 서울 산울림소극장. (02)889-35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