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1.14 03:36
'무능 단원' 가차없이 퇴출
단원 셋중 한 명, 60~80대 '정년제' 등 그동안 말로 그쳐
고령화에 평단·대중 외면… 문화부, 사실상 재구성 결단 계약제 단원 선발 검토도
◆고령화와 신뢰 상실
현재 국립극단 단원 23명의 평균 연령은 53.2세다. 장민호(86)·백성희(85)를 비롯해 60~80대 단원이 8명(35%)이고 2002년 들어온 이은희(35)가 막내다. 대부분 입단 20~30년이 넘은 단원들이다.

국립극단이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2000년대 들어 주목받은 국립극단 연극은 《테러리스트 햄릿》《겨울 해바라기》 등 극소수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한 30대 배우는 "눈빛이나 몸이 살아 있지 않은 국립극단 단원을 여럿 봤다"면서 "연륜을 존중하지만 이상적인 국립극단의 모습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립극단 물갈이론(論)'은 나온 지 20년 됐지만 말뿐이었다. 2년 전엔 '60세 정년제' 논의가 있었지만 노조(勞組)의 반대로 유야무야됐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낸 연출가 김철리는 "그동안도 평가를 하긴 했지만 단원을 퇴출시킬 수는 없는 요식행위에 그쳤다"고 말했다. 연출가 이윤택도 "제한된 배우들이 국립극단을 장기 독점하는 구조로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어떻게 변화하나
'물갈이를 위한 물갈이'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게 연극계의 중론이다. 한 중견 연출가는 "현 단원에게도 똑같이 경쟁할 기회를 주면서 능력을 중심으로 판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연극평론가 김윤철은 "1~2년마다 재평가를 받아 계약을 갱신하는 독일 방식도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단원을 선발하면서 상근·비상근, 정단원·준단원·연수단원 등으로 세분화하거나 계약기간을 정하는 등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지원과 사후 관리
국립극단은 한 해 4~6편의 연극을 50~60회 공연한다. 지난해 국립극단 예산 26억원 중 공연예산은 5억원이 채 안 됐고 경상비로 대부분을 지출했다. 올해는 법인화 예산을 포함해 50억원을 배정, 공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최치림 예술감독은 "예술 위에 행정이 있는 구조도 바로잡고, 품질로 경쟁할 수 있는 국립극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화는 자생력을 키우라는 요구다. 국립발레단의 경우 2000년 법인화 이후 자리를 잡아 10년 사이에 예산이 4배 늘었다. 지난해 국립극단에서 나온 배우 우상전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문화부의 행정력도 문제였다"라며 "통증이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국립극단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물갈이도 하고 사후 관리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