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구 감독 '올댓재즈' 연출..."단순 갈라쇼 아냐"

  • 스포츠조선 권영한 기자

입력 : 2010.01.13 18:29

안무가 출신 서병구 감독 '올댓재즈' 연출

뮤지컬 '올댓재즈'의 연출과 안무를 맡은 서병구 감독. 서울 연희동의 한 연습실에서 동작의 연결성을 세심하게 체크하며 배우들에게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건 그냥 갈라쇼가 아닙니다. 춤으로 이야기하려는 겁니다."

뮤지컬 '올댓재즈'의 주인공 유태민(문종원 최대철)의 극중 대사다. 유태민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한국인 안무가다.

그에게 춤이란 삶을 버틴 힘이자 옛 연인과의 사랑을 이어주는 끈이다. 태민의 대사를 듣다 보면 실제 연출자인 서병구 감독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유태민은 서 감독의 분신과도 같다.

서 감독이 20년 안무 인생 동안 한번도 시도하지 않은 도전에 나섰다. 안무와 함께 연출의 영역에 손을 댄 것이다. '올댓재즈'는 춤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다. 꿈을 잃고 현실에 쫓기듯 살아가던 한 여자가 옛 사랑 태민을 만나 자유로운 춤과 음악의 세계와 재회한다는 내용이다.

서 감독은 "1990년부터 뮤지컬 안무를 시작했는데, 그저 막연히 '이런 식으로 연출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이 작품의 연출 제의를 받았다. '서병구'의 색깔이 묻어나는 연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수락하게 됐다"며 연출을 맡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서 감독은 "여태껏 보지 못한 무대 세트 전환과 비주얼적이고 세련된 작품을 만들고 싶고, 기존의 리얼리즘에 입각한 뮤지컬이 아닌 보다 상징적이고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일들이 처음 먹었던 마음처럼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막상 해보니 걸림돌이 많았다. 대형 뮤지컬을 생각했는데 무대가 좁은 편이더라. 어쩔 수 없이 주인공 4명에 앙상블도 4명만 쓰기로 했다. 빅 밴드로 라이브 연주를 하려 했는데 그것도 무산됐다. 하지만 소극장에서도 대극장 못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안무를 하던 사람이 연출을 한다고 하니 주변의 기대가 많다. 부담도 되고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지난 7일 서감독은 배우, 스태프와 함께 첫 런 스루(run through) 연습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실제 공연처럼 작품 전체를 맞춰보는 것이다.

23일부터 서울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만큼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순수 창작 뮤지컬이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춤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밥 포시의 스타일을 가져왔다. 그 역시 연출과 안무를 동시에 한 사람이다. 음악 역시 그가 뮤지컬에서 자주 쓰던 노래를 많이 차용했다. 기존의 것들을 현대적 스타일로, 또 서병구라는 안무가의 스타일에 맞게 재창조하는 작업을 거쳤다. 소극장에 맞는 매우 경제적인 세트와 안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안무가 출신 연출자로서 갖는 강점이 있을 것이다. 그는 연출에 리듬을 싣는 부분에 특히 자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이 못 하던 부분이 뭘까 고민했다. 나는 안무하던 사람이다. 안무와 연출이 리드미컬하게 흘러갈 수 있게 하나로 묶어서 만들 수 있는 건 안무가가 연출가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들의 대사 곳곳에는 안무가인 서 감독의 독백이 숨어 있다. '음악으로 하면 비트가 출발점이듯이 춤은 프레이즈라는 작은 움직임에서 출발한다'라는 대사도 그중 하나다.

"작곡가가 노래를 만들 때 비트를 먼저 만들듯, 안무가도 동작을 먼저 만든다. 춤은 그 동작과 동작의 콤비네이션이다. 음악으로 한다면 마디와 마디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동작과 동작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물흐르듯 흘러야 한다. 엉킨 실타래에서 실이 자연스럽게 풀어지듯이 안무도 그렇게 풀어내야 관객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100여편의 작품에 안무가로 참여했다. 그에겐 안무가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

"외국엔 그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이가 칠십이 넘어서도 힘 닿는데까지 안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게 내 꿈이다. 다른 꿈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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