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1.07 05:45 | 수정 : 2010.01.07 08:43
소설 원작 연극 '엄마를 부탁해'의 母女 정혜선·서이숙
"눈물 아껴야 관객이 울어…
요즘 엄마 연극 쏟아지지만 '희생'보다 '행복' 그린 작품 통속적이지 않아 좋아요"
17년 만의 연극 출연이라는 정혜선은 "신인 같은 심정이라서 '정혜선을 부탁해'가 될 판"이라며 웃었다. 큰딸 역을 맡는 서이숙이 "뵙기 전엔 좀 무서웠는데 겪어보니 권위 의식이 없으시다"라고 하자, 정혜선은 "우리는 남이 아니야. 패밀리(가족)야"라고 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문장으로 열리는 이 소설은 100만부가 넘게 팔리며 우리 사회에 '엄마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엄마는 너무 가까이 있어 잊어버리기 쉬운 존재"라고 신경숙은 말했다. 연극은 원작을 13장면으로 압축한다. 출연 제의를 받기 전에 소설을 읽었다는 두 배우의 감상은 이랬다.
"엄마 생각도 하고 내 생각도 했어요. (실종된 사람이) 엄마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잖아요."(정혜선)
"소설을 읽으니 아이처럼 굴고 싶어졌어요. 엄마한테 새삼 아양을 떨려고 했는데 잘 안 돼 내가 싫어졌어요."(서이숙)
▲정혜선="엄마라면 보통 '희생'을 떠올리는데 이 작품에는 도회지에서나 있을 법한 '엄마의 남자'가 나와서 충격을 받았어요. 동시에 엄마가 행복해 보였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오마, 나보다 낫네!'"
▲서이숙="저는 박소녀(엄마)의 말 중에 '엄마도 알고 있었어요? 나도 엄마가 늘 옆에 있었으믄 했어요'가 좋았어요."
▲정="중요한 건 잃어버린 다음에야 아는 게 인간이야. 잃고 나서 후회하고 새로 마음먹고."
▲서="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요. 저도 세상에 엄마뿐인데, 우리 엄마는 '나쁜 엄마'예요. 그렇게 병원을 안 가셔요. 남에게 폐 안 끼치려고."
▲정="나도 그런 엄마 모시고 살았어. 1980년부터 엄마 병시중을 10년 했는데 혼자 감당하기 힘들고 나중엔 원망스럽더라고. 형제라도 주실 것이지. 임종 때는 지구 한 귀퉁이가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어."
▲서="이 작품 속 엄마의 사랑은 참 넓어요. 짐승들까지 사랑하잖아요. 그런데 나랑 엄마는 왜 그렇게 싸우는지…."
▲정="시부모한테는 안 그런데 낳아주신 부모하고는 그래. 난 이 연극 하면서 서이숙에게 마음으로 기대고 있어."(웃음)
▲서="배우 생활하면서 '문장마다 호흡을 바꾸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선생님은 변화가 칼 같으세요."
▲정="변화가 없으면 관객들이 1시간50분 동안 그걸 어떻게 봐. 연극은 음악과 같애. 음정이 똑같은 노래는 얼마나 재미없냐. 무대에서 우리는 절대로 울지 말자. 우리가 눈물을 애끼면 관객이 운다."
▲서="네. 요즘 '엄마 연극'이 많은데 《엄마를 부탁해》는 통속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정="출연 제안을 받고 바로 'OK' 하면서 '나한테 용기가 있구나' 싶었는데 이젠 고민되네. 이보다 큰 배역은 내게 없을 것 같아.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하면서도 '정혜선 너,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최면을 걸고 있어."
▶두 배우 외에 길용우·심양홍·백성희·박웅 등이 출연한다. 29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