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담뱃불 붙이는 동작만 봐도 가슴이 뛴다… 춤추고 싶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1.11 02:54

뮤지컬 '컨택트'

"빛이 있으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노란 드레스의 여인(김주원)이 등장한다. 그녀는 에너지가 다르다. 자세·눈빛·걸음걸이는 물론 담뱃불 붙이는 동작만으로도 관객을 집중시킨다. 자살하려다 실패하고 우연히 이 스윙클럽에 들어온 마이클 와일리(장현성)가 망설이는 사이 모든 남자가 그녀와 춤을 춘다. 거짓말처럼 와일리는 이런 욕망에 사로잡힌다. '춤추고 싶다, 살고 싶다….'

뮤지컬 《컨택트(Contact)》가 8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관객과 '접촉'했다. 지난 2000년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개의 트로피를 차지한 이 뮤지컬은 귀족 남녀의 사랑을 풍자하는 〈그네 타기〉, 무뚝뚝한 남편을 둔 아내의 환상을 그린 〈당신 움직였어?〉, 성공했지만 외로운 남자 와일리와 노란 드레스의 여인이 만나는 〈컨택트〉 등 세 에피소드로 흘러간다. 노래 없이 재즈·현대무용·발레·스윙 같은 춤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형식은 낯설게 다가왔지만 그것만의 매력을 입증했다.

《컨택트》에서 노란 드레스의 여인(김주원)과 와일리(장현성·손을 뻗은 남자)./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1막은 불안정했고 때론 괴로웠다. 18세기가 배경인 〈그네 타기〉에서는 그네의 기능적인 효과도, 귀족과 하인이 옷을 바꿔 입은 설정도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다. 1950년대의 이탈리아 식당으로 관객을 데려가는 〈당신 움직였어?〉도 진짜(현실)와 헛것(판타지) 사이를 왕복하는 형식은 〈그네 타기〉와 흡사하다. 움직임은 물론 눈길 주는 것까지 막는 남편(구자승)과 그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춤을 추는 아내(이란영)의 작용과 반작용이 재미있다. 하지만 앙상블이 무르익지 않아 덜컹거렸고 이란영의 대사는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의 뉴욕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에피소드 〈컨택트〉는 1막에서의 실망을 만회하고 남을 만큼 강렬하고 희극적이었다. 큰 상을 받고 기뻐해야 할 순간에 더 쓸쓸해진 남자, '잠 좀 자게 조용히 하라'며 전화로 항의하는 아래층 여자, 스윙클럽에서 만난 신비로운 여인을 뒤섞으며 현실과 환상을 속도감 있게 편집했다. 장현성의 '걷어차기 춤'에는 폭소가 터졌고, 발레리나 김주원의 호흡은 객석을 압도했다.

《프로듀서스》의 안무가 수잔 스트로만은 노래 없이 춤과 음악, 몇 줄 안 되는 대사로도 절망의 밑바닥과 환희의 절정을 모던하게 포착했다. 삶의 전압 차이로 인해 '빠지직' 퓨즈(fuse)가 끊어지는 느낌까지 살려냈다. 유머러스한 마무리도 좋았다. 춤추고 싶어졌다.

▶17일까지 LG아트센터, 22~31일은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 공연. 1588-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