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주자 겹치기 출연… 기획사·관객 '꿩먹고 알먹고'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0.01.07 04:30

내한 주관사 '독식' 관행 깨져 비용 분담… 돌아가며 공연

러시아의 명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Kissin)이나 '피아노의 여제(女帝)'로 불리는 마르타 아르헤리치(Argerich)는 엄격한 자기 관리나 빠듯한 일정 때문에 한 번 모셔오기도 쉽지 않은 연주자들이다. 하지만 모처럼 내한 연주회를 열어도, 리사이틀을 단 한 차례만 열고 훌쩍 떠나버리는 바람에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오는 10월 첫 내한 해서 독주회와 협연 무대를 잇달아 선보이는 명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제공

이는 그동안 국내 음악계에 '불문율'처럼 통하던 관행 때문이었다. 유료 음악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해외 인기 연주자가 한 번 내한하면 그 앞뒤로 3~6개월가량은 한국에서 다른 음악회를 잡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종의 '겹치기 출연 금지 조항'으로 계약서에 명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음악계의 이런 오랜 관행이 변하고 있다. 인기 연주자의 음악회를 주관사 한 곳이 독식(獨食)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분담해 2~3차례의 연주회를 '품앗이'로 여는 것이다.

오는 10월 첫 번째 내한 예정인 루마니아 출신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Radu Lupu)가 대표적이다. 10월 3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갖는 데 이어, 11월 3일 같은 곳에서 서울시향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독주회를 주관한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의 김혜성 팀장은 "수년간 내한 연주회에 공을 들였는데, 연주자측에서 이왕이면 독주회와 협연을 함께 갖고 싶다고 먼저 밝혀온 경우"라고 말했다.

오는 9일 KBS 교향악단의 신년음악회(지휘 함신익)에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중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첸시도 비슷한 경우다. 24일 호암아트홀 신년음악회에 출연하는 데 이어, 26일에는 임효선의 피아노 연주로 바이올린 리사이틀까지 갖는다. 이쯤이면 '일거양득(一擧兩得)'이 아니라 '일거삼득(一擧三得)'이 되는 셈이다. 관객들도 좋아하는 연주자의 음악세계를 충분히 조망할 수 있어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꿩 먹고 알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