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부러지고도 1위 없는 2위…피아니스트 랑랑, 동네 형이죠"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0.01.07 04:30

中바이올리니스트 첸시 내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러시아에서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가 한창이었다. 대회에 참가한 중국 바이올리니스트 첸시(陳曦·26)는 모스크바의 전철역에서 광적인 러시아 축구팬들과 맞닥뜨렸다.


2002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당시‘부상 투혼’을 보인 중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첸시. /KBS 교향악단 제공
"마침 러시아와 일본의 예선전이 열리기 직전이었죠. 저를 일본인으로 오해하고서 흥분한 러시아인 8명이 고함을 지르고 때리기 시작했어요. 그 뒤에 왼팔을 움직일 수 없었고, 병원에 갔더니 사흘간은 연습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첸시는 대회 출전을 강행했고, 결선에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해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하는 '부상 투혼'을 보였다.

9일 KBS교향악단의 신년음악회(지휘 함신익)에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첸시는 4세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다. 첸시는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자 손가락부터 확인하신 뒤 '연주할 만큼 충분히 크다'며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살 연상의 피아니스트 랑랑(郞朗·28)과 절친한 동네 선후배이기도 하다. 선양(瀋陽)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함께 다닌 이들은 유년 시절부터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등을 협연하며 자랐다. 2002년 콩쿠르 입상 직후 대만에서 열렸던 연주회 당시, 첸시에게 미국 커티스 음악원 진학을 권유한 것도 먼저 유학을 떠났던 랑랑이었다. 그 뒤 첸시는 예일대로 옮겨 강효 교수를 사사하고 있으며 세종솔로이스츠의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첸시는 사라사테가 연주한 것으로도 유명한 '루비(Ruby)'라는 이름의 명기(名器)를 2005년부터 스트라디바리우스 협회로부터 대여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는 "별명대로 깨끗하고 순수하면서도 광채 넘치는 음색을 낸다"고 말했다.

▶KBS 교향악단 신년음악회 협연, 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02)781-2241

▶호암아트홀 신년음악회, 24일 오후 5시

▶첸시 바이올린 리사이틀, 26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 (02)751-9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