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인터뷰] 서울바로크합주단 음악감독 김민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0.01.07 04:30

"위기라 뛰어드는 팀 없으니 오히려 기회"
"체임버 악단 세계적 약세… 우리도 한해 수천만원 적자
해외 순회공연 줄이는 대신 국내시장 개척에 힘쓸 것"

새해 들어서도 희망과 절망,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는 음악계 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국내 저명 연주단체 대표, 중견 음악인들과의‘모난 인터뷰’를 통해 그 해법을 조금은 까칠하게 묻는다.

현악 연주자 20~30명이 연주하는 체임버 오케스트라(Chamber Orchestra)는 이름 그대로 이중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실내악'(체임버)과 '관현악단'(오케스트라)의 결합은 출발부터 조금은 어정쩡할지도 모른다. 20세기 중반 이탈리아의 이 무지치 합주단부터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까지 화려하게 만개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초대형 오케스트라와 고(古)음악 전문 연주단체의 부상으로 오늘날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로 창단 45주년을 맞은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음악감독 김민씨는“최고의 연주단 체는 아닐지 모르지만 가장 모범적인 실내악단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1965년 첫 연주회를 가진 뒤 올해 45주년을 맞은 국내 간판급 체임버 오케스트라인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속사정은 어떨까. 음악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민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모난 질문들을 던졌다.

―체임버 오케스트라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건 아닌가.

"세계적으로 약세나 퇴조인 것은 분명하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비인기 시장이고, 수요도 적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거꾸로 가능성이나 희망을 찾는다. 세계에서 덜 뛰어든다면, 한국에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바로크 시대의 작품을 당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해석하는 '시대 연주' 단체들의 기세가 거침없다. 바로크 음악을 그들에게 넘겨주는 건 아닌가.

"바흐와 헨델, 비발디의 음악을 작곡 당시의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현대적 악기로도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으며 해야 한다고 본다."

―고유한 색채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서양음악의 역사는 수백년이지만, 우리가 받아들인 건 1세기 남짓이다.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닥치는 대로 부딪치면서 더욱 고민해야 한다. 음악감독을 처음 맡았던 1980년부터 국내외 작곡가들에게 꾸준히 신작을 위촉해서 무대에 올리고 있다. 창작음악과 현대곡을 가장 많이 연주한 국내단체라는 자부심은 있다."

―1987년 일본 도쿄 공연을 시작으로 23년간 98회 연주했을 만큼 해외 투어가 활발했지만, 국내 음악시장을 뚜렷하게 개척하지는 못했다는 한계도 지적한다.

"우리 한 해 살림이 9억원 정도다. 수천만원까지 적자를 보기도 한다. (웃음) 올해는 핀란드 낭탈리와 독일 바이로이트 등 유럽 순회공연 일정을 줄이는 대신, 국내 연주회를 6차례까지 잡았다.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과 연주하고, 막심 벤게로프가 지휘봉을 잡는 등 협연자 명단도 대폭 강화했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이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내가 음악감독을 맡은 뒤부터 '최고의 연주단체'보다는 '모범적 실내악단'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연주회 책자는 물론이고 홍보 스티커와 주차 영수증까지 보관하고 있는 곳은 우리뿐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없어지고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 많다. 포스터 몇 장 달랑 갖고 있어서는 다음 세대가 제대로 이어갈 수 없지 않겠는가."

▶서울바로크합주단 연주 일정: 3월 16일, 4월 7일(바이올린 바딤 레핀), 5월 11일, 9월 28일, 11월 4일(지휘 막심 벤게로프), 12월 14일, 장소 서울 예술의전당, (02)592-5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