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1.06 03:26
데뷔 50주년 맞은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너무 어려 청중 웃어 서울시향은 나의 집"

반세기가 흐르고 그 소년이 성장해 서울시향의 예술감독이 됐다. 지휘자 정명훈(57)은 5일 공식 무대 데뷔 50주년 간담회에서 "워낙 오래전 어릴 때의 일이라서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처음 연주에 들어가기 전에 오케스트라 반주를 기다리는 동안 어른들이 막 웃기 시작했던 것은 뚜렷하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엔 7세 소년이 연주하는 모습이 신기해서 웃었겠지만, 지금은 그 나이 또래들의 실력이 당시 나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서울시향 예술고문으로 영입되고 이듬해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정명훈에게 올해는 취임 6년째의 해이기도 하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비롯해 전 세계를 숨 가쁘게 누비고 있는 정명훈은 "다른 외국 악단들이 친한 친구라면 서울시향은 나에게 가족이나 집이나 다름없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도 임기가 만료되는 2012년까지만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2년간 서울시향은 작곡가 말러의 교향곡 전곡(全曲) 연주회에 들어간다. 정명훈은 "말러는 높은 음악적 수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에도 호된 시험이 되고, 뜨거운 음악적 정서를 담고 있어서 한국 관객의 정서에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향은 독일 베를린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유럽 투어 공연과 첫 음반 녹음 등 숨 가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정명훈은 "지난 5년간 첫 계단을 힘겹게 넘었다면, 앞으로 5년은 또 다른 계단에 올라서기 위해 어려운 일들을 해내야 한다. 때로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고,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도전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의 전신인 서울교향악단은 1948년 창립됐고, 정명훈은 1953년 출생이다. 정명훈은 "서울시향은 나보다 다섯 살 많고 더불어 자란 동년배"라며 "그때 태어나 눈부실 만큼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명훈은 음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특히 강조했다. 그는 "반세기 동안 '잘사는 나라'라는 목표를 이뤘다면, 이제부터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일을 통해 '훌륭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면서 "뜻있고 도움이 되는 음악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희망과 용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향은 구민회관과 도서관, 학교와 병원 등 삶의 현장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62회 열었으며, 올해는 68회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