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12.30 03:28
판타스틱스 '트라이 투 리멤버'

1960년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한 극장에서 42년 동안 공연한 《판타스틱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연된 뮤지컬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철부지들》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지금도 종종 공연되는데 흥미로운 점이 많다.
요즘이라면 당연히 '맷'인 남자 주인공 'Matt'은 아직도 '마트'고, 사회자인 'El Gallo'는 스페인 이름이라 '엘 가이요'라 발음하는 것이 맞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엘가로'다. 초역 때 일본어 대본을 사용했기 때문일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번역물이 '원어→일본어→한국어'의 수순을 거쳤다.
《판타스틱스》의 이번 프로덕션(연출 정태영)에는 새로운 시도들이 눈에 띈다. 원작자가 알면 절대 좋아하지 않을 듯한 대본의 재창작이 이루어졌고, 우리 관객의 취향에 맞춘 듯 갑자기 관객을 무대로 불러내 극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요즘이라면 당연히 '맷'인 남자 주인공 'Matt'은 아직도 '마트'고, 사회자인 'El Gallo'는 스페인 이름이라 '엘 가이요'라 발음하는 것이 맞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엘가로'다. 초역 때 일본어 대본을 사용했기 때문일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번역물이 '원어→일본어→한국어'의 수순을 거쳤다.
《판타스틱스》의 이번 프로덕션(연출 정태영)에는 새로운 시도들이 눈에 띈다. 원작자가 알면 절대 좋아하지 않을 듯한 대본의 재창작이 이루어졌고, 우리 관객의 취향에 맞춘 듯 갑자기 관객을 무대로 불러내 극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트라이 투 리멤버〉는 워낙 유명한 곡이니 번역 가사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의도인지 원어로 부르는데, 발군의 '엘가로' 김태한의 목소리도 곡에 어울리지만 영어 발음이 좋아 조청처럼 달게 귀에 착착 붙는다. "Try to remember the kind of September/ When life was slow and oh, so mellow(기억해 보세요 9월의 날들/ 삶이 천천히 말캉하게 흘러가던 그때)." 음음, 정말 좋은 곡이야. 추억이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공허할까.
그런데 《판타스틱스》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공연의 이런 변화를 달갑게 여기지만은 않는단다. 나도 처음엔 '헉, 뭐지?' 싶더라. 그런데 객석 반응을 보니 작금의 '개콘 인류'에게 다가가는 데는 이러한 파격적인 변형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나도 바뀌어서 더 좋은 부분도 슬슬 눈에 들어온다. '그래, 뮤지컬은 상업예술이야' 싶으면서도 어디까지가 훼손이고 어디까지가 진화인지 판단불능이다.
내가 성숙하게 익어서 너그럽게 "oh, so mellow"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먹고살려다 보니 스멀스멀 "oh, so mellow"해지는 것인지 누가 말해줄 수 없을까? 으, 한 살 더 먹으면 나도 좀 현명해지면 좋을 텐데. 성숙도와 나이는 상관없단 건 애초에 알았지만 말이다.
▶1월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이다2관. (02)762-0010
그런데 《판타스틱스》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공연의 이런 변화를 달갑게 여기지만은 않는단다. 나도 처음엔 '헉, 뭐지?' 싶더라. 그런데 객석 반응을 보니 작금의 '개콘 인류'에게 다가가는 데는 이러한 파격적인 변형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나도 바뀌어서 더 좋은 부분도 슬슬 눈에 들어온다. '그래, 뮤지컬은 상업예술이야' 싶으면서도 어디까지가 훼손이고 어디까지가 진화인지 판단불능이다.
내가 성숙하게 익어서 너그럽게 "oh, so mellow"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먹고살려다 보니 스멀스멀 "oh, so mellow"해지는 것인지 누가 말해줄 수 없을까? 으, 한 살 더 먹으면 나도 좀 현명해지면 좋을 텐데. 성숙도와 나이는 상관없단 건 애초에 알았지만 말이다.
▶1월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이다2관. (02)762-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