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12.29 10:22
노보시비르스크 국립발레단 vs 벨로루시 국립발레단

12월 22일부터 26일까지 성남아트센터 공연이 잡혀있는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발레는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지나가는 중요한 거점인 노보시비르스크에 위치한다. ‘새로운 시베리아’란 뜻의 이 도시에는 볼쇼이 극장보다 더 큰 면적을 자랑하는 가극장이 있다.
일명 ‘시베리아 콜로세움’으로 불리는 이곳은 수천 개의 은도금 타일로 지붕이 덮인 지름 60m, 높이 35m의 돔으로도 유명하다. 1945년에 설립되어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세계적 극장들이 그러하듯 발레단과 오페라단, 합창단, 오케스트라가 속해있으며, 각각 상트페테부르크와 모스크바의 몇몇 일급 단체를 제외하면 러시아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의 경우는 발레단보다 먼저 지난 11월초에 예술의전당에서 '카르멘'을 공연하여 그들의 수준을 과시했다.
동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레브 이바노프의 오리지널 안무와 키로프 발레(마린스키 발레)를 위해 이 작품을 재안무한 바실리 바이노넨의 정통 계보를 잇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역시 바이노넨 프로덕션을 최근까지 고수한 마린스키 극장판과는 중요한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 원래 바이노넨 판에서는 어린 마샤(클라라)가 환상의 나라로 여행해서는 숙녀로 성장하여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인형과 그랑 파드되를 추지만 노보시비르스크 발레에서는 이곳을 다스리는 슈가플럼 요정과 왕자(혹은 요정의 기사)를 따로 두어 그랑 파드되를 추게 한다. 둘째, 바이노넨 판에서는 마지막 장면에서 클라라가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지만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는 원래 드로셀마이어의 조카였다가 마법에 걸려 호두까기 인형이 되었던 청년이 인간으로 돌아와 드로셀마이어의 환영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
이런 변형은 마린스키 발레의 주역 출신이며 오랫동안 노보시비르스크 발레와 인연을 맺어온 세르게이 비카레프의 작업이다. 또 그의 작업은 맘대로 상상한 것이 아니라 원작과 공연사적 근거에 입각한 것이다. 우선 그랑 파드되의 주인공이 원래 클라라가 아니었다는 것은 차이코프스키 원곡의 제목을 보면 확인이 된다. 남성 바리아시옹은 그저 ‘타란텔라’로 적혀있지만 여성 바리아시옹은 ‘슈가플럼 요정의 춤’으로 명기되어 있는 것이다.
경제적 여건이 어렵던 20세기 초에 주역급 무용수를 한꺼번에 여럿 출연시킬 필요가 없도록 요정과 그녀의 기사의 춤을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의 몫으로 바꿔버렸는데 다시 제자리를 찾아간 것으로 보면 된다. 한편 호두까기인형이 드로셀마이어의 조카란 것은 호프만의 원작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발레를 원작에 입각한 엽기적인 해석으로 바꾸어버린 미국 안무가 마크 모리스가 자신의 영상물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옛날에 왕과 왕비가 살았습니다. 그들은 예쁜 공주를 얻었지요. 그런데 생쥐 여왕이 몰래 공주의 요람에 들어가서 아기를 물어버렸지 뭡니까? 그것은 벌렁코 추녀가 되어버리는 저주였습니다. 생쥐 여왕이 말하기를, 저주를 푸는 유일한 방법은 젊은 남자가 자기 이빨로 마법의 호두를 깨부숴야 한다는 것이라는 겁니다. 왕은 드로셀마이어에게 마법의 호두를 찾아오라고 지시하고 드로셀마이어는 온 세상을 돌아다닙니다. 결국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더니, 아뿔싸! 그게 바로 자기 집에 있었던 겁니다.
드디어 운명의 날이 밝아 수많은 젊은이들이 호두를 깨물어 부수는 데 도전했습니다. 다들 실패하는데 드로셀마이어의 조카가 성큼 물더니 부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도중에 생쥐 여왕을 밟아 죽이는 바람에 공주의 저주가 조카에게 옮겨버리고 맙니다. 예쁜 모습으로 돌아온 공주는 못생긴 호두까기 인형으로 변한 젊은이를 거부합니다.”
일명 ‘시베리아 콜로세움’으로 불리는 이곳은 수천 개의 은도금 타일로 지붕이 덮인 지름 60m, 높이 35m의 돔으로도 유명하다. 1945년에 설립되어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세계적 극장들이 그러하듯 발레단과 오페라단, 합창단, 오케스트라가 속해있으며, 각각 상트페테부르크와 모스크바의 몇몇 일급 단체를 제외하면 러시아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의 경우는 발레단보다 먼저 지난 11월초에 예술의전당에서 '카르멘'을 공연하여 그들의 수준을 과시했다.
동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레브 이바노프의 오리지널 안무와 키로프 발레(마린스키 발레)를 위해 이 작품을 재안무한 바실리 바이노넨의 정통 계보를 잇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역시 바이노넨 프로덕션을 최근까지 고수한 마린스키 극장판과는 중요한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 원래 바이노넨 판에서는 어린 마샤(클라라)가 환상의 나라로 여행해서는 숙녀로 성장하여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인형과 그랑 파드되를 추지만 노보시비르스크 발레에서는 이곳을 다스리는 슈가플럼 요정과 왕자(혹은 요정의 기사)를 따로 두어 그랑 파드되를 추게 한다. 둘째, 바이노넨 판에서는 마지막 장면에서 클라라가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지만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는 원래 드로셀마이어의 조카였다가 마법에 걸려 호두까기 인형이 되었던 청년이 인간으로 돌아와 드로셀마이어의 환영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
이런 변형은 마린스키 발레의 주역 출신이며 오랫동안 노보시비르스크 발레와 인연을 맺어온 세르게이 비카레프의 작업이다. 또 그의 작업은 맘대로 상상한 것이 아니라 원작과 공연사적 근거에 입각한 것이다. 우선 그랑 파드되의 주인공이 원래 클라라가 아니었다는 것은 차이코프스키 원곡의 제목을 보면 확인이 된다. 남성 바리아시옹은 그저 ‘타란텔라’로 적혀있지만 여성 바리아시옹은 ‘슈가플럼 요정의 춤’으로 명기되어 있는 것이다.
경제적 여건이 어렵던 20세기 초에 주역급 무용수를 한꺼번에 여럿 출연시킬 필요가 없도록 요정과 그녀의 기사의 춤을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의 몫으로 바꿔버렸는데 다시 제자리를 찾아간 것으로 보면 된다. 한편 호두까기인형이 드로셀마이어의 조카란 것은 호프만의 원작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발레를 원작에 입각한 엽기적인 해석으로 바꾸어버린 미국 안무가 마크 모리스가 자신의 영상물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옛날에 왕과 왕비가 살았습니다. 그들은 예쁜 공주를 얻었지요. 그런데 생쥐 여왕이 몰래 공주의 요람에 들어가서 아기를 물어버렸지 뭡니까? 그것은 벌렁코 추녀가 되어버리는 저주였습니다. 생쥐 여왕이 말하기를, 저주를 푸는 유일한 방법은 젊은 남자가 자기 이빨로 마법의 호두를 깨부숴야 한다는 것이라는 겁니다. 왕은 드로셀마이어에게 마법의 호두를 찾아오라고 지시하고 드로셀마이어는 온 세상을 돌아다닙니다. 결국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더니, 아뿔싸! 그게 바로 자기 집에 있었던 겁니다.
드디어 운명의 날이 밝아 수많은 젊은이들이 호두를 깨물어 부수는 데 도전했습니다. 다들 실패하는데 드로셀마이어의 조카가 성큼 물더니 부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도중에 생쥐 여왕을 밟아 죽이는 바람에 공주의 저주가 조카에게 옮겨버리고 맙니다. 예쁜 모습으로 돌아온 공주는 못생긴 호두까기 인형으로 변한 젊은이를 거부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노보시비르스크 국립발레의 '호두까기인형'은 쭉 내려온 흐름의 계승과 치밀한 연구에 의한 원본의 의미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 되었다. 이렇게 클라라와 슈가플럼 요정을 분리하고, 마법이 풀린 드로셀마이어의 조카가 돌아온다는 구조는 서구 발레단의 프로덕션 중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로열 발레의 피터 라이트 안무가 그러하다.
한편, 소비에트 공산체제 붕괴 후 독립한 벨로루시는 인구 천만 명의 중소국이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함께 정통 슬라브 국가다. 수도 민스크에 위치한 벨로루시 국립 발레단은 예술단체의 성향이 그 감독에 의해 좌우된다는 명백한 사례로 꼽을 수 있겠는데, 그 안무가 발렌틴 옐리자리예프야말로 기존의 발레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늘 낱낱이 해체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로 재구성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소개되었던 '스파르타쿠스'나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고전 발레인 '호두까기인형'가 모두 마찬가지였다.
벨로루시 발레의 '호두까기인형'에는 드로셀마이어의 비중이 크게 강조되어있다. 막이 열리면 장소도 드로셀마이어의 집이고, 그가 마샤에게 줄 세 인형, 즉 호두까기인형, 공주 인형, 그리고 생쥐 인형을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형과 전투를 벌이는 생쥐 부대의 두목도 드로셀마이어의 분장인 것으로 드러나고, 환상의 나라의 디베르티스망은 드로셀마이어가 마샤와 호두까기 왕자를 위해 마련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나온 페르시아, 스페인, 일본, 러시아, 프랑스 인형으로 변경되었다.
옐리자리예프의 '호두까기인형'은 서구 발레단의 프로덕션으로 보자면 루돌프 누레예프가 파리 오페라 발레를 위해 만든 것과 닮은 편이다. 누레예프는 쥐의 습격으로부터 시작된 환상이 클라라의 의식 속에 잠재된 꿈이라고 해석한다. 왕자는 드로셀마이어의 환상이고 디베르티스망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물론 악몽 속의 박쥐까지도 모두 클라라의 지인이라고 연출함으로써 약간의 정신분석학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한편, 소비에트 공산체제 붕괴 후 독립한 벨로루시는 인구 천만 명의 중소국이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함께 정통 슬라브 국가다. 수도 민스크에 위치한 벨로루시 국립 발레단은 예술단체의 성향이 그 감독에 의해 좌우된다는 명백한 사례로 꼽을 수 있겠는데, 그 안무가 발렌틴 옐리자리예프야말로 기존의 발레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늘 낱낱이 해체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로 재구성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소개되었던 '스파르타쿠스'나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고전 발레인 '호두까기인형'가 모두 마찬가지였다.
벨로루시 발레의 '호두까기인형'에는 드로셀마이어의 비중이 크게 강조되어있다. 막이 열리면 장소도 드로셀마이어의 집이고, 그가 마샤에게 줄 세 인형, 즉 호두까기인형, 공주 인형, 그리고 생쥐 인형을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형과 전투를 벌이는 생쥐 부대의 두목도 드로셀마이어의 분장인 것으로 드러나고, 환상의 나라의 디베르티스망은 드로셀마이어가 마샤와 호두까기 왕자를 위해 마련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나온 페르시아, 스페인, 일본, 러시아, 프랑스 인형으로 변경되었다.
옐리자리예프의 '호두까기인형'은 서구 발레단의 프로덕션으로 보자면 루돌프 누레예프가 파리 오페라 발레를 위해 만든 것과 닮은 편이다. 누레예프는 쥐의 습격으로부터 시작된 환상이 클라라의 의식 속에 잠재된 꿈이라고 해석한다. 왕자는 드로셀마이어의 환상이고 디베르티스망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물론 악몽 속의 박쥐까지도 모두 클라라의 지인이라고 연출함으로써 약간의 정신분석학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