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12.21 02:42
사라 장 10년 만의 국내 리사이틀, 재키브 첫 내한공연
이런 가운데 사라 장은 10년 만의 국내 리사이틀을, 재키브는 첫 한국 리사이틀을 지난주 각각 가졌다. 16일(사라 장)과 18일(재키브)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두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회 1부는 공교롭게 모두 브람스의 〈스케르초(Scher zo)〉와 바이올린 소나타 3번으로 같았다.

두 연주자의 브람스는 '뒤바뀐 성(性) 대결'과 같았다. 10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등 뒤에 두고 거침없이 무대를 호령하는 사라 장은 이날도 첫 곡인 브람스의 스케르초에서 스무 살 청년 작곡가의 격정을 그대로 뽑아냈다. 연이은 바이올린 소나타 3번에서도 사라 장은 일말의 주저 없이 강한 확신으로 객석에 설득력을 전달했다. 꺾어질 듯 허리를 뒤로 과감하게 젖히거나, 무대에서 두 발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활을 크게 휘두르는 여(女)검객다운 포즈도 여전했다.
사라 장의 브람스에 남성적 박력이 넘쳤다면, 재키브의 브람스에는 거꾸로 여성적 감수성이 묻어났다. 사라 장이 턱 사이에 악기를 괴고 자신감 있게 응시할 때 재키브는 몸을 악기에 바짝 밀착시키며 다가갔고, 사라 장이 암보(暗譜)할 때 재키브는 조심스레 악보를 넘겼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1악장 초반부터 재키브의 활은 섬세하면서도 정교했고, 서정적인 2악장에서는 '대단히 풍부한(molto espressi vo)'이라는 수식만큼이나 운치가 넘쳤다.
사라 장의 '필치(筆致)'가 두텁고 뚜렷한 유화 같다면, 재키브는 담백한 수채화와 닮았다.
사라 장의 리사이틀은 티켓 가격이 고공 행진(최고가 16만원)을 벌였고, 16일에는 지나친 악장 간 박수로 때로 긴장감이 끊기기도 했다. 재키브의 무대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이후 2부 프로그램 구성에서 긴장감이 느슨해진 점이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9세 때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한 뒤 20년 가까이 정상을 지키고 있는 사라 장과 최근 볼티모어 심포니 등 미국 유수의 악단과 협연하며 진지하게 경력을 쌓고 있는 재키브는 브람스로 좋은 대구(對句)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