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 [라이프 인 경기] 예비사회적 기업 발돋움…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

  • 손장훈 기자

입력 : 2009.12.14 03:15

무보수 연주 7년… "작은 꿈을 이뤘어요"
소외계층에 클래식 전파… 농촌학교 순회 공연도
상설유료공연 지속 추진

지난 2002년 봄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보건소 인근 건물 지하 1층에 바이올린, 첼로 등 악기를 든 연주자 수십명이 모였다. 종이뭉치를 든 한 40대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다들 모였네. 간단하게 자기소개하고 우선 연습 한 번 해보자"며 손에 든 종이를 나눠줬다. 악보였다. 각자 자리에 앉아 악기를 꺼내 소리를 점검했다. 맨 앞에 서 있던 그가 지휘봉을 들었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

백석예술대학 교수였던 김승복(48) 단장은 자신의 제자와 지인들을 모아 '광명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키에프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원에서 지휘 공부를 했던 김 단장에게 오케스트라는 꿈이었다. 처음에는 장소가 없어 지하실을 빌려 연습을 했다. 단원들의 월급을 줄 수도 없었다. 자기 돈으로 오케스트라 운영비를 대면서 같은 해 10월 첫 공연을 가졌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활동을 할 수는 없었다.

지난 3월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철산초등학교에서 열린 연주회 때 연주에 앞서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단장 김승복(48)씨가 학생들에게 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김 단장은 오케스트라를 계속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 대도시에 있는 시향이나 전문 연주단체를 능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간 오케스트라가 살아남으려면 관객이 있어야 된다고 판단했다. 우선 지역 주민들에게 '클래식은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지역 학생·시민들 위해 40여 차례 공연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올해 광명 시내 학교 24곳을 찾았다. 비발디의 '사계', 영화 미션의 '가브리엘 오보에'같이 학생들이 들어봤음직한 음악을 연주한다. 연주회 마지막에는 오케스트라가 반주하는 음악에 맞춰 학생들이 모두 일어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김희연(11)양은 "드라마나 광고에서 들어본 음악을 연주로 다시 들으니 느낌이 새롭다"며 "클래식 하면 굉장히 어렵기만 한 줄 알았는데 들어보니 꼭 그렇지도 않았다"고 했다.

매달 첫째·셋째 목요일 오전 11시에는 '모닝클래식' 연주회를 연다. '모닝클래식'에서는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김승복 단장이 음악에 대해 직접 설명을 해준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샌드위치, 쿠키, 커피, 음료 등를 준비해 지역 주민과 클래식에 대해 이야기도 나눈다. 지난 7월 광명문화원 하안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진 뒤 모두 1800여명의 지역주민이 '모닝클래식'을 찾았다. 그동안 94%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했다.

회사를 찾아가 클래식 연주를 들려주는 사업도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백석대학교 교내 직원을 대상으로 했던 실내악 연주회를 비롯해 모두 4번의 연주회를 가졌다. 이 연주회에서는 회사와 직원이 듣기 원하는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 오케스트라는 직장 내 클래식 음악 연주단을 만들기 위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다.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 관계자는 "이런 활동을 통해 유료 관람객 유치의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클래식 음악의 지역 시민들의 마니아 층이 형성되었다"고 했다.

소외계층·지역 직접 찾아가 음악회 열어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경기도내 문화적 소외계층과 낙후된 지역으로 연주를 하러 나가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이 어렵고 부담스럽다고 여기는 청소년과 시민에게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역에 공연장 등이 없어 클래식을 접하기 어려운 농촌 지역 학교가 방문 연주의 대상이다. 학생들이 음악수업을 통해 익혔던 교과서 음악을 골라 직접 들려둔다. 남양주 경은학교, 김포 통진 프란치스코집 등을 찾아 연주회를 가졌다.

예비 사회적 기업,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찾아가는 직장인 음악회'와 '모닝 클래식' 사업 등으로 올해 6월 노동부로부터 문화·예술분야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예비 사회적 기업' 사업은 복지·환경·문화·지역개발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들을 지역사회와 파트너십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요즘 30여명의 단원들은 정부로부터 일인당 83만여원의 돈을 지급받고 있다.

김승복 단장은 "내년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공익이 우선되는 상설 유료 공연을 지속적으로 기획해 시민에게 클래식을 접할 기회를 더 늘리고,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소외지역에게 클래식을 전파하는 일에 더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