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함께… 길 샤함의 보은(報恩) 협연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11.30 03:27

강효교수 악단과 하이든 연주

다음 달 줄리아드 스승 강효 교수가 이끄는 세종 솔로이스츠와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세종문화회관 제공
미국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Shaham·38)은 11세 때 클레어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18세 때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전형적인 영재 출신 연주자다. 그는 11세 때 줄리아드 음악원에 들어가 바이올리니스트 강효 교수를 사사했다.

"도로시 딜레이 등 많은 선생님께 음악을 배웠지만 가장 많은 작품을 익힌 것은 역시 강 교수님과 함께였어요. 한 마디를 건네기 전에도 언제나 심사숙고하시고, 채찍질하기보다는 항상 격려하고 칭찬해주시는, 사려 깊은 분이셨죠."

샤함은 전화 인터뷰에서 강 교수에게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배울 당시 일화를 들려줬다. "바이올린 조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첫 음부터 엉망이었지요. 조용히 듣고 계시던 강 교수님께서는 중단시키더니 '이 협주곡의 첫 음이 여러 번 반복되는데 그 소리는 언제나 같아야 한다'고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조율이 엉망일 때에도 결코 화내거나 다그치지 않고, 부드럽게 돌려서 지적해주신 거죠."

샤함이 스승과 '보은(報恩) 협연'을 펼친다. 다음 달 강효 교수가 이끌고 있는 실내악단인 세종 솔로이스츠와 하이든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협연하는 것이다. 그는 이미 같은 곡을 같은 악단과 녹음해서 음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샤함은 "세종 솔로이스츠는 젊은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때로는 나 자신도 쫓아가기 힘들 만큼 빼어난 기량과 깨끗한 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샤함은 지난 2004년부터 '카나리아 새'라는 뜻을 지닌 독립음반사인 '카나리(Canary)'를 창립해서 아내인 바이올리니스트 아델레 앤서니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는 "20여년 전만 해도 음반 한 장을 녹음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비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노트북 컴퓨터로도 작업을 할 수 있다. 청중이나 관객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작곡가 포레의 실내악 작품도 대형 음반사에서는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지만, 독립 음반사를 통해서는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함은 "음악가로서 자율성을 누릴 수 있지만, 동시에 시장에서 실패할지 모른다는 위험도 존재한다. 아직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젊으며, 지금까지 다행히 8장의 음반을 무사히 냈다"며 웃었다.



▶길 샤함·세종 솔로이스츠 내한 공연, 12월 11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02)399-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