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스토리]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김무열

  • 스포츠조선 김형중 기자

입력 : 2009.11.20 09:46

한 때 막노동과 단란주점 웨이터 등 혹독한 시련을 거친 뒤 제15회 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김무열. 그는 "이제 열심히만 하는 게 아니라 잘 해야한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나이트클럽 웨이터에서 뮤지컬 최고스타로.'

뮤지컬배우 김무열(27)은 여전히 구름 위를 걷는 듯 했다. "멍하고, 어리벙벙하고…. 정말 상을 받긴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 축하 문자를 받으면 그때야 실감이 살짝 나고….(웃음)"

그는 지난 26일 열린 제15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멜키어' 역으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으레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소감을 어떻게 말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배시시 웃는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27세 젊은 배우의 머릿속에는 지난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눈물이 나오면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를 악물었다.

김무열은 번듯하게 잘 생겼다. 부잣집 아들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성장기는 풍족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어린 시절엔 큰 부족함없이 자랐지만 1997년 IMF사태로 부모의 사업이 기울고 건강까지 안 좋아지면서 그는 '소년가장'이 됐다. 연극배우를 꿈꾸던 고교생은 이제 생계를 고민해야했다.

"'노가다'부터 단란주점 웨이터까지 안 해본 알바(아르바이트)가 없어요. 돈이 필요했거든요."

새벽 5시에 인력사무소에 나가 운좋게 일을 따내면 하루 꼬박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5만원 가량 벌었다. 빌딩 경비, 전단돌리기, 행사 도우미, 안전요원, 핸드폰 공장, 백화점 알바 등 닥치는 대로 일거리를 잡았다. 재수 시절 오로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유로 나이트클럽까지 진출했다.

"그때는 완전 자포자기의 심정이었어요. 배우는 하고 싶은데 눈앞은 캄캄하고…. 알바 뛰고 나서 술 마시고, 만신창이였지요."

얼마나 자신을 방치했던지 70kg 초반을 유지하던 몸무게가 100kg까지 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술 마시고 아침에 들어와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문득 자신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졌다. 어린 마음에도 이게 아닌데, 내가 꿈꿨던 건 이건 아닌데라는 자책이 엄습해왔다. '괴물'로 변한 자신이 싫었다. 그때부터 몸을 움직였다. 그 자리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했고, 술과 담배를 딱 끊었다.

마음을 다잡고 재수끝에 대학(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을 들어갔지만 형편이 나아질 리 없었다. 이후에도 생계와 배우의 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도 무대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2002년 '짱따'란 작품으로 데뷔했고 이후 4년 간의 고된 앙상블 시절을 거쳤다. 드디어 2005년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운좋게도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의 눈에 들어 그 해 '어쌔신'을 거쳐 '그리스'에서 첫 주인공을 따냈다.

주머니속의 송곳이 튀어나왔고, 배우로서 술술 풀렸다. '알타보이즈' '사랑을 비를 타고' '쓰릴 미' '김종욱 찾기' 등 화제작을 거쳐 올해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스프링 어웨이크닝'까지 일사천리로 달렸다. 헌칠한 외모, 매끈한 얼굴에 객석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로 '유망주' '차세대 톱스타' 소리를 듣더니 마침내 최고배우의 영예까지 안았다.

"무대에 있을 때 진짜 좋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그 기쁨을 던져버릴 수 없었어요."

그는 지금도 월세에 살고 있지만 행복하다. 여자친구가 없다는 게 '매우' 아쉽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다. 최근엔 연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 드라마 '일지매', 영화 '작전'에도 출연했다. 12월 개막하는 뮤지컬 '살인마 잭'을 연습 중이고, 드라마 '아내가 돌아왔다'에도 얼굴을 비친다.

"할아버지께서 삼국통일을 이룬 무열왕처럼 남북통일에 기여하라고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통일까지는 아직 못 시켰지만 배우로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 있어 기뻐요"라는 그는 항상 미완성의 배우로 남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자신 속에 숨어있는 새로움을 무한히 끄집어내고 싶단다.

인터뷰를 끝내고 일어서면서 살짝 미소를 머금는다. "근데 다음에 언제 또 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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