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자연인'안중근에 초점 뮤지컬 '영웅'

  • 스포츠조선 김형중 기자

입력 : 2009.11.20 09:42

최근 뮤지컬계의 화제는 단연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에이콤인터내셔널의 '영웅'(연출 윤호진)이다.

1995년 명성황후 시해 100년을 맞아 뮤지컬 '명성황후'를 선보였던 연출가 윤호진은 안중근의 거사 100년을 맞아 그의 삶을 재조명한 '영웅'을 내놓았다.

'영웅'의 놀라운 점은 창작 초연임에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종합예술인 뮤지컬은 오랜 숙성과정이 필요하다. 창작뮤지컬의 수준이 아직 브로드웨이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뭉뚱그려 말하면 준비과정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2년여의 작업을 거쳐 관객 앞에 선 '영웅'은 전체적인 구성과 무대 메커니즘, 캐릭터 형상화 등에서 여타 창작뮤지컬과 뚜렷이 차별화되는 면모를 보여준다. '명성황후' 14년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할 만하다.

사실 안중근이라는 인물 자체는 뮤지컬로 다루기에 무거울 수 있다. 하지만 윤호진 연출은 '안중근=영웅, 이토=원수'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이를 해소했다.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번민하고, 두려워하고, 사랑하고, 사색하는 '자연인' 안중근에 초점을 맞춰 보편적 예술성을 획득하면서 그를 '인간적 영웅'으로 변모시켰다.

다양한 영상효과와 세련된 무대 또한 눈길을 끈다. 눈발이 날리는 밤, 달리는 기차는 인상적이다. 손발이 척척 맞는 영상은 뮤지컬의 장르적 특성을 구현하면서 배우들이 얼마나 연습을 열심히 했는지를 보여줬다. 안중근 역의 류정한, 이토 역의 조승룡, 설희 역의 김선영 등 베테랑 배우들의 호연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감초 역 조연들의 코믹 연기는 드라마의 완급 조절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거사 후 마무리 장면이 약간 긴 느낌이다. '동양평화론'을 저술한 사상가적인 면모를 빠트려서는 안되지만 과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또 가상 인물인 설희가 너무 '강한' 색깔만 있는 것은 주제와 맞지 않는 것 같다. 역대 창작뮤지컬의 최고봉은 '명성황후'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개막에 앞서 윤호진 연출은 "'영웅'은 '명성황후'를 넘어서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의 말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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