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11.10 03:30
세계적 사진 巨匠 스티븐 쇼어 내한

"한국 작가들의 사진 작품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기법이나 시도가 다양해 놀랄 정도입니다."
세계적인 사진가 스티븐 쇼어(Stephen Shore·62)가 '제1회 일우(一宇)사진상' 심사를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일우사진상'은 한진그룹의 공익재단인 일우재단이 유망한 사진가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했다.
쇼어는 흑백사진이 우위를 점하고 있던 1970년대에 컬러사진을 예술 사진의 영역으로 들여놓았다. 그는 여섯 살 생일에 삼촌으로부터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패키지를 선물받으면서 사진과 만났다. 여덟 살부터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시작해 14세 때는 뉴욕현대미술관(모마)의 사진 담당 큐레이터에게 작품을 보여줘 3점을 팔았다. 살아있는 작가로서는 두 번째로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작가로 기록됐다.
쇼어가 미국을 여행하면서 일상의 풍경을 담은 작품집 《Uncommon places》는 상업광고 사진에만 제한적으로 쓰이던 컬러사진을 예술적 경지에 오르게 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당시 흑백사진은 추상적이며 고급한 사진으로 여겨지고 컬러사진은 저급한 것으로 치부됐다. 쇼어는 컬러사진에 냉랭했던 분위기에 짓눌리지 않고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가 사진의 지평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그는 "회화보다 바흐(Bach)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면서 "사진은 회화처럼 화면의 배치를 생각하는 '구도'가 아니라 이미지를 선택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쇼어는 팝아트의 대표 인물인 앤디 워홀의 작업장인 '팩토리'에 3년간 머물며 다큐 사진을 찍었다. 그는 "워홀의 작업장에서 작업하는 게 즐겁고 사람들과 금세 친해져 대학보다 그곳을 먼저 택했다"고 말했다. 쇼어는 "당시 워홀은 자신의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공개했다"면서 "그때 워홀로부터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작업하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쇼어는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이 좋아 애용하고 있다"면서 "디지털카메라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사진을 찍지만 '제한'이 없어지면서 필요 없는 사진이 많아지는 현상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