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11.05 03:55
400석 천막극장에 관객 9명 뿐 손님없어 저녁 공연은 아예 취소
신종플루로 수입 급감 단원들 줄줄이 떠나가

"어디서 무엇 하다 이제 왔나요/ 당신을 기다렸어요/ 라이라이야 어서 오세요/ 당신의 꽃이 될래요~"
배경음악으로 장윤정의 노래 〈꽃〉이 흘렀다. 가설무대 위에서는 15세쯤 된 곡예사들이 양손으로 접시를 3~4개씩 돌리고 있었다. 얼굴은 무표정에 가까웠다. 3일 오후 2시 서울 청량리 수산시장 옆 동춘서커스 천막극장. 빨간 플라스틱 의자는 400개가 넘었지만 관객은 9명뿐이었다.
1925년 창단한 동춘서커스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공연단체다. 장돌뱅이처럼 전국을 떠돌다 지난 9월 청량리에 짐을 풀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존폐 위기에 휩싸여 있다. 신종플루 때문이다. 신종플루로 지역축제가 된서리를 맞고 관객이 급감하자 수입이 없어진 동춘서커스 단원들도 공사장 잡역부나 야간업소 등으로 흩어지고 있다.
이날 공연은 《NEW 홍길동》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무대엔 보름 전부터 홍길동이 없었다. 중국인들을 비롯해 남은 단원 20여명은 원통 위에 올라 균형 잡기, 훌라후프 돌리기, 동물 묘기, 공중 곡예 등 고전적인 서커스 기술들로 버티고 있었다. 지름 5m의 구(球) 속에서 오토바이 4대가 질주하는 묘기는 건재했다.
배경음악으로 장윤정의 노래 〈꽃〉이 흘렀다. 가설무대 위에서는 15세쯤 된 곡예사들이 양손으로 접시를 3~4개씩 돌리고 있었다. 얼굴은 무표정에 가까웠다. 3일 오후 2시 서울 청량리 수산시장 옆 동춘서커스 천막극장. 빨간 플라스틱 의자는 400개가 넘었지만 관객은 9명뿐이었다.
1925년 창단한 동춘서커스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공연단체다. 장돌뱅이처럼 전국을 떠돌다 지난 9월 청량리에 짐을 풀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존폐 위기에 휩싸여 있다. 신종플루 때문이다. 신종플루로 지역축제가 된서리를 맞고 관객이 급감하자 수입이 없어진 동춘서커스 단원들도 공사장 잡역부나 야간업소 등으로 흩어지고 있다.
이날 공연은 《NEW 홍길동》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무대엔 보름 전부터 홍길동이 없었다. 중국인들을 비롯해 남은 단원 20여명은 원통 위에 올라 균형 잡기, 훌라후프 돌리기, 동물 묘기, 공중 곡예 등 고전적인 서커스 기술들로 버티고 있었다. 지름 5m의 구(球) 속에서 오토바이 4대가 질주하는 묘기는 건재했다.
정예 멤버는 아니지만 몸의 극한을 보여주는 장면들의 기량은 세계적인 아트 서커스단인 캐나다 '태양의 서커스'와 별 차이가 없었다. 곡예와 연출·무대미술·조명·음악·의상의 조화가 부족하고, 세련미가 떨어지고 낡은 느낌을 주는 게 약점이다. 하지만 향수라는 측면에서는 그것이 오히려 강점이라 동춘서커스는 해마다 365일 공연하며 수만 관객을 모아왔다.

물구나무 위에 또 물구나무를 서거나 몸을 던지고 받으면서 빚어내는 무늬, 여자 곡예사가 누운 채 두 발로 어린 소년을 열 바퀴 돌리는 묘기 등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한 할머니 관객은 "손님이 많아야 신이 날 텐데…"라며 혼잣말을 했다. 천막극장 안에는 녹음된 박수와 환호성이 스피커로 울려 퍼질 뿐이었다. 마지막 묘기는 중국인들의 오토바이 질주였다. 헤드라이트를 켠 오토바이들은 빠른 속도로 교차하면서 가슴 철렁한 장면을 연출했다. 공연이 끝날 때쯤 아리랑이 흘러나왔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이날 오후 8시 공연은 체감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손님도 없어 포기했다. 국내 마지막 서커스단인 동춘이 1980년 코끼리 제니를 잃은 이후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 몰리기는 처음이다. 박세환 단장은 "내 잘못도 크지만 억울하고 허무하다. 더 버틸 힘을 잃었다"고 했다. 천막극장 앞에는 "꼭 보시라. 폭소, 재미 그리고 향수!" "평양교예단의 맞수 동춘서커스단!"이라는 홍보문구가 붙어 있었다.
▶22일까지 서울 청량리 수산시장 옆 천막극장. 14일에는 경기도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도 공연한다. (02)957-1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