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10.16 03:35
공연계 '자명고 설화' 신드롬… 호동왕자·낙랑공주, 가을을 울린다

발레 《왕자 호동》, 연극 《둥둥 낙랑둥》, TV 드라마 《자명고》, 비언어극 《판타스틱》, 뮤지컬 《바람의 나라》…. 우리 고대설화인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비극을 다룬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해피엔딩(희극)을 소비하는 민족"(연극평론가 유민영)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붐이다.
이들 작품의 뿌리는 '자명고(自鳴鼓) 설화'다. 자명고는 외적이 침입하면 저절로 울었다는 낙랑의 북이다. 고구려 대무신왕의 아들 호동이 낙랑태수의 딸에게 자명고를 찢게 해서 낙랑을 정복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삼국사기》에는 "얼굴이 아름다워 왕이 심히 사랑하여 '호동(好童)'이라 이름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호동은 '꽃남' 신드롬의 원조인 셈이다.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는 한국 전통이야기에 드문 사랑의 비극이라는 점에서 호소력이 강하다. 이런 사극(史劇)의 유행에 대해 연극평론가 김명화씨는 영웅이 없는 시대와 관련지어 주목한다. "순도 높은 고통과 비극에 대한 갈망, 화려한 스펙터클에 대한 욕망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발레단이 11월에 올리는 《왕자 호동》, 국립극단이 12월에 공연할 《둥둥 낙랑둥》은 모두 '국가 브랜드 공연'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다. 해외에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리겠다는 목표가 뚜렷한 작품들이다. 기존 국가 브랜드 공연인 국립극단의 《태(胎)》,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은 이미 여러 나라에 진출하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발레 《왕자 호동》은 고구려의 남성적 에너지를 뿜어내는 발레리노 28명의 군무(群舞)로 열린다.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파드되(2인무), 결혼 피로연의 디베르티스망(다양한 장식춤)도 볼거리다. 안무를 맡은 문병남은 "심리 변화와 표현력에 집중하는 드라마 발레"라고 했다. 북춤의 스펙터클로 이름난 안무가 국수호가 연출하고, 뮤지컬 《바리》의 조석연이 작곡했다. 김현웅·이동훈·이영철이 호동 왕자로, 김주원·김지영·박세은이 낙랑 공주로 춤을 춘다. 2007년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고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2)에서 활약한 박세은에게는 국립발레단 주역 데뷔 무대다.
최인훈의 희곡 《둥둥 낙랑둥》을 무대로 옮기는 국립극단은 비극적 사랑에 집중한다. 연인을 위한 낙랑 공주의 희생, 호동 왕자와 의붓어머니의 금지된 관계 등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연출을 맡는 최치림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신화적인 요소보다는 현실성을 강조하고, 비극을 부른 전쟁을 시각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직·이지수가 호동 왕자, 계미경·곽명화가 낙랑 공주가 된다.
▶발레 《왕자 호동》은 11월 18~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극 《둥둥 낙랑둥》은 12월 19~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1544-1555
이들 작품의 뿌리는 '자명고(自鳴鼓) 설화'다. 자명고는 외적이 침입하면 저절로 울었다는 낙랑의 북이다. 고구려 대무신왕의 아들 호동이 낙랑태수의 딸에게 자명고를 찢게 해서 낙랑을 정복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삼국사기》에는 "얼굴이 아름다워 왕이 심히 사랑하여 '호동(好童)'이라 이름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호동은 '꽃남' 신드롬의 원조인 셈이다.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는 한국 전통이야기에 드문 사랑의 비극이라는 점에서 호소력이 강하다. 이런 사극(史劇)의 유행에 대해 연극평론가 김명화씨는 영웅이 없는 시대와 관련지어 주목한다. "순도 높은 고통과 비극에 대한 갈망, 화려한 스펙터클에 대한 욕망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발레단이 11월에 올리는 《왕자 호동》, 국립극단이 12월에 공연할 《둥둥 낙랑둥》은 모두 '국가 브랜드 공연'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다. 해외에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리겠다는 목표가 뚜렷한 작품들이다. 기존 국가 브랜드 공연인 국립극단의 《태(胎)》,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은 이미 여러 나라에 진출하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발레 《왕자 호동》은 고구려의 남성적 에너지를 뿜어내는 발레리노 28명의 군무(群舞)로 열린다.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파드되(2인무), 결혼 피로연의 디베르티스망(다양한 장식춤)도 볼거리다. 안무를 맡은 문병남은 "심리 변화와 표현력에 집중하는 드라마 발레"라고 했다. 북춤의 스펙터클로 이름난 안무가 국수호가 연출하고, 뮤지컬 《바리》의 조석연이 작곡했다. 김현웅·이동훈·이영철이 호동 왕자로, 김주원·김지영·박세은이 낙랑 공주로 춤을 춘다. 2007년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고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2)에서 활약한 박세은에게는 국립발레단 주역 데뷔 무대다.
최인훈의 희곡 《둥둥 낙랑둥》을 무대로 옮기는 국립극단은 비극적 사랑에 집중한다. 연인을 위한 낙랑 공주의 희생, 호동 왕자와 의붓어머니의 금지된 관계 등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연출을 맡는 최치림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신화적인 요소보다는 현실성을 강조하고, 비극을 부른 전쟁을 시각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직·이지수가 호동 왕자, 계미경·곽명화가 낙랑 공주가 된다.
▶발레 《왕자 호동》은 11월 18~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극 《둥둥 낙랑둥》은 12월 19~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