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10.15 03:16
작곡가 진은숙, 22일부터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 진행
英·日·獨서 잇따라 곡 올려 세계서 가장 바쁜 작곡가
"올해 화두는 전자음악 그 매력에 푹 빠져보세요"
독일 유수의 실내악단인 '앙상블 모데른'을 위해 작곡한 〈구갈론(Gouga lon)〉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연됐다.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인 '아르스 노바'를 위해 14일 내한한 진은숙은 "생황 협주곡과 〈구갈론〉은 연주 날짜가 겹치는 바람에, 나는 미국에 있고 프랑크푸르트에는 남편이 대신 가야 했다"며 웃었다.
2007년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지난해 관현악곡 〈로카나〉의 세계 초연에 이어 올해 두 협주곡 발표로 '세계에서 가장 바쁜 작곡가' 중 하나가 된 진은숙은 이렇듯 세계 음악계의 심장부에 깊숙이 들어가버렸다. 작품 위촉이 몰리는 바람에 첼로 협주곡은 두 차례나 초연이 연기되다가, 3년 만에야 뒤늦게 빛을 보았다. 그는 "기다려준 것만 해도 면목이 없다. 자칫 음악계에서 내가 매장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진은숙은 갈수록 거세지는 창작에 대한 스트레스를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았다.
"부담이 없으면 살이 그렇게 빠지겠어요?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망치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이 마치 조울증 환자처럼 수초 수분 만에 오가지요.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새벽에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나는 건 물론이고,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적도 수백 번 있었어요." 하지만 그는 "끝까지 붙들고 늘어져야 탈출구가 보이고 길이 트인다. 아무리 괴롭더라도 딴 길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했다.
진은숙이 지난 2006년부터 해설과 프로그램 구성, 작품 발표까지 '1인 3역'을 숨 가쁘게 소화하고 있는 '아르스 노바'의 올해 화두는 전자음악이다. 프랑스 현대 음악의 산실인 '이르캄(IRCAM)'과 현대음악 단체인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의 음악감독 수산나 멜키를 초청했다. 진은숙의 2007년 작품인 〈이중 구속?〉을 아시아 초연하며 리게티와 슈톡하우젠, 불레즈의 작품들을 대거 소개한다.
〈이중 구속?〉에서 진은숙은 연주자와 악기 사이의 애증 관계를 표현했다. 그는 "정통적 방법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보다는 악기를 쓰다듬고 때리고 학대하다가 결국 자장가로 평화롭게 잠재우는 소리들이 컴퓨터를 통해 각양각색으로 변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소프트웨어와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곧바로 예술이 되는 건 아니며, 여전히 독창성과 작품성이 중요하다는 점에 전자음악의 재미난 역설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 2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24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 KNUA홀, (02)3700-6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