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10.12 03:25
정통 연극에 뮤지컬, 악극퓨전연극까지 장르 다양
"부산의 문화계 풍성하게 만드는 촉매제 되었으면"
◆소극장 폭발적 증가
지난 4월 문을 연 중구 남포동·광복동의 'BS부산은행조은극장', 지난 5월 개관한 민락동 'MBC롯데아트홀', 지난 6월 손님을 받기 시작한 수영구 남천동의 '소극장 6번 출구' 등이 올해 문을 열었다. 지난해엔 사랑과 혁명 소극장, 초콜릿팩토리, 에저또소극장, 용천지랄소극장 등이 개관했다.
BS부산은행조은극장 강영수(44) 극장장은 "양이 질로 전화된다고 소극장이 많아지면서 공연 작품 수와 종류가 많아지고, 작품의 질과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극장이 30개면 최대 30개의 작품이 동시에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달 중엔 20여개의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창작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점프 부산' '코믹연극 막무가내들' '미스테리 스릴러극 몽타주' '연극 환상동화' '악극 비내리는 고모령'…. 정통 연극에다 뮤지컬, 악극, 마임·마술 등이 버무려진 퓨전연극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이런 다양성은 보다 대중적이라는 영화를 누르고 있다. 부산의 영화관은 모두 30개. 소극장에 비해 조금 적은 수다. 반면, 스크린 수는 192개로 극장 하나에 무대가 하나인 소극장을 압도한다. 그렇다고 연극의 다채로움을 넘어서진 못한다.
12개 스크린을 둬 부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포동의 CGV서면12는 19개 작품을 상영 중이다. 두 번째인 서면의 롯데시네마부산은 스크린 11개에 10개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나머지 영화관도 대개 10여개 안팎의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게이머, 국가대표, 내사랑내곁에, 불꽃처럼 나비처럼, 애자, 페임, 호우시절 등이다.

◆극장의 개성이 다양해졌다
공연 작품만 다양해진 게 아니다. 수가 늘어나니 극장 자체가 무지개처럼 다채로워졌다. 극단이 운영하는 전용극장, 특정 작품만 올리는 극장, 기획·제작까지 하는 극장, 뮤지컬 전용극장, 기업합작극장 등….
기업 메세나를 통해 합작한 극장은 올해 처음 등장했다. BS부산은행조은극장과 MBC롯데아트홀이다. 특히, MBC롯데아트홀은 뮤지컬 전용극장을 표방하고 있다. 일터소극장, 소극장실천무대, 소극장 신명천지 등은 민중문화 운동계열의 극장이다.
연희단거리패의 가마골소극장, 극단 엑터스의 엑터스소극장, 극단 맥의 소극장 6번 출구, 극단 에저또의 에저또소극장, 극단 브레히트앙상블의 사랑과혁명소극장 등은 극단이 자신들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전용극장이다.
서울서 부산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생겼다. 지난해 5월 경성대 인근에서 문을 연 '초콜릿팩토리'는 서울의 기획사인 가을엔터테인먼트와 아츠플레이가 만든 소극장이다. 또 서울의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팀'이 조만간 서면에 소극장을 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극장운영 체계화·창작 활동도 자극
서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BS부산은행조은극장이 6만여명의 회원을 관리하는 등 각 극장들은 관객 관리를 체계화하고 있다. 회원들에게 공연 정보를 이메일이나 휴대폰을 통해 수시로 알려주고, 생일날 할인을 해주는 등의 서비스를 하면서 관리하는 것이다.
소극장 전성시대는 경성대 출신의 창작집단인 '팻브릿지'가 올 연초 등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등 지역의 연극 창작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MBC롯데아트홀 이은혜 홍보담당은 "소극장이 크게 증가한 것은 관객층이 두터워지고 다양해지면서 지역의 연극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변화가 부산의 문화계를 더욱 풍성하고 알차게 만드는 촉매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