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가을은 풍성한 공연의 성찬과 함께

  • 박원수 기자

입력 : 2009.10.06 03:20

셰익스피어 연극, 지킬 앤 하이드, 발레 돈키호테 등

가을은 문화의 계절임을 실감케 하듯 대구에서 관심을 모으거나 의미가 있는 대형 공연이 잇따라 펼쳐진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에서부터 뮤지컬, 발레 등 메뉴도 다양하다. 메뉴판을 보고 공연의 성찬(盛饌)을 골라 잡을 일이다.

수성아트피아의 '극단 열전(熱戰) 2009'

먼저 풍성한 연극의 향연이다. 대한민국에서 연극계를 양분하고 있는 인물 두명은 연출가 이윤택과 오태석이다. 이들 두명이 대구를 찾아 셰익스피어 작품을 각각 무대에 올린다. 연극애호가들의 반가움은 상상이상일 것. 연극은 연출가의 예술임을 이들은 증명한다.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이들뿐 아니라 관록과 패기의 대구지역 극단 2곳도 외면할 수 없다.

연극 햄릿.
햄릿(6일 오전 11시, 오후 7시30분)

이윤택이 부산에서 창단해 서울 입성에 성공한 입지전적인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무대에 올린다. 원전(原典)의 작품성을 유지하면서도 연출의 독창적인 해석과 무대구성, 폭발적인 연기로 한국적 셰익스피어 공연양식을 선보인 의미 있는 작품이다.

1996년 초연과 더불어 서울연극제 연출상 수상과 함께 러시아, 독일, 일본에서도 각광받은 바 있다. 특히 연희단거리패의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신명나는 리듬과 에너지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연극의 감동과 진실이 유효함을 증명한다.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10일 오전 11시, 오후 7시30분)

극단 온누리의 제25회 전국연극제 은상 수상작. 연극적 재미와 인간적 감동은 물론 부모님과 함께하면 좋은 악극 같은 연극이다. 이국희가 연출을 맡는다.

오이디푸스와의 대화(13일 오전 11시, 오후 7시30분)

극단 한울림이 전국연극제 금상, 문화관광부 장관상, 거창국제연극제 은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다. 원작인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과감하게 해체하고 현대식으로 재구성했다. 연출은 정철원.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17일 오전 11시, 오후 7시30분)

이윤택과 연극계를 양분하고 있는 오태석의 극단 목화가 공연한다. 알다시피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수지간인 두 가문 때문에 사랑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간절한 사랑이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는 내용이지만 오태석이 누군가. 이를 과감하게 비틀었다. 한국식 로미오와 줄리엣에다 결말도 비극에서 희극(喜劇)으로 역전시켰다. 셰익스피어가 천국에서 알았더라도 박수를 칠지 모른다. 극단 목화의 색깔과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낸 때문인지 2006년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 공연 때는 15일 전회매진된 신화적 작품이기도 하다. 문의 (053)666-3300, 1588-7890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7시30분, 일요일 오후 2시·6시30분)

계명아트센터에서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공연되는 명불허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작품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의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첫 내한공연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또한 역대 지킬 중 최고의 역량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 정상급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Brad Little)'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그는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으로 최장기 공연하기도 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이번 공연에서는 미장센이 강화된 새로운 무대 디자인, 침대 위에 덩그러니 앉은 루시가 공중으로 올라가면서 노래하는 플라잉 기술, 뮤지컬 '캣츠'의 안무가 조앤 로빈슨의 새로운 안무와 최정상급 앙상블이 관전 포인트.

'지킬 앤 하이드'는 2004년 한국어 라이선스 버전으로 공연돼 지금까지 30여만명의 유료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완성도 높은 작품성과 조승우라는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큰 반향을 일으켜 앵콜공연 당시 티켓 오픈 7시간 만에 1만2000여장의 예매와 같은 뮤지컬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이런 작품성 때문인지 벌써부터 선물용으로 제작된 티켓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문의 1599-1980

유니버셜 발레단의 '돈키호테'(16~17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재개관을 기념해 특별기획한 무대. 한국의 정상급 발레단인 유니버셜 발레단이 희극 발레 '돈키호테'를 올린다.

발레라 하면 한국에서는 마이너 장르에 속하지만 유니버셜이 공연하면 그 의미가 달라진다.

류드비히 밍쿠스가 작곡한 '돈키호테'는 결혼 해프닝을 둘러싼 스페인풍의 유쾌한 희극발레다. 경쾌한 웃음과 화려한 무대, 뛰어난 테크닉의 향연이 보는 맛과 듣는 맛을 배로 늘린다. 고전발레의 대표작인 '백조의 호수'와는 상반된 작품이다.

대구공연의 주역으로는 아름답고 고혹적인 황혜민-엄재용(16일), 한국 발레를 이끌 젊은 신예커플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17일) 두 커플이 무대를 빛낸다. 문의 1588-7890

발레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