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타고 흐르는 맑은 음색… 전 세계 네티즌 사로잡아

  • 최승현 기자

입력 : 2009.10.05 03:46

9일 첫 국내 공연 갖는 'UCC스타' 데이비드 최

LA에 사는 재미교포 2세 데이비드 최(23).
손끝과 목청에서 흘러나오는 두 줄기 맑은 소리만으로 전 세계 네티즌을 사로잡은 한국인이 있다. LA에 사는 재미교포 2세 데이비드 최(23). 그가 UCC 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에 올린 동영상은 3000만 이상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10만여명이 이메일을 통해 그가 기타 줄을 퉁기며 노래하는 동영상을 정기 구독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정규 앨범 '온리 유(Only You)'도 발매했다. 국내에서도 커피·화장품·보험회사 등의 CF에 그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쓰이고 있다. 잭 존슨, 존 레전드 등 요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네오 포크 뮤지션을 닮았지만 한결 소박하고 간결해 듣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여준다.

9일 오후 홍대 앞 클럽 타(打)에서 첫 국내 콘서트를 갖는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나와 내 인생에 관해 솔직한 노래를 쓰고 부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쉽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 같다"는 그는 "60년대 팝에서 많은 영향을 받으며 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여섯 되던 해부터 노래를 쓰기 시작했어요. 바이올린과 피아노 교습을 받은 건 다섯 살 때부터였죠. 그때부터 음악은 그냥 제 인생이 돼버렸습니다. 음악은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는 힘이 있잖아요."

그는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한국에서 아마추어 밴드 멤버로 활동하며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 본선 등에 진출했던 그의 아버지는 미국으로 이민 와서도 20여년간 악기 매장을 운영해 가정을 꾸려왔다. "젊은 시절 아버지가 LA에서 참가했던 밴드 경연 대회에 제가 나간 적도 있어요. 전 우승 상품으로 52인치 삼성 PDP TV를 받았는데 아버지는 흑백 TV를 받으셨다고 하더군요. 재미있지 않나요?"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그가 가수로 데뷔한 것이 다소 뜻밖인 모양. 그는 "과거 부모님은 은근히 제가 의사로 성공하기를 바라셨던 듯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음악을 소명으로 여기고 열심히 가수의 길을 걷고 있는 저를 자랑스러워하신다"고 했다.

그는 한국 말이 서툴다. 하지만 인터넷에 쏟아지는 한국 네티즌들의 성원을 보며 뒤늦게 한국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 중. "아버지가 매일 집에서 한국어로 말을 걸며 교육을 시키시는데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보아·비·원더걸스 등 여러 한국 가수가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하자 그는 "미국 내에서 아시아인들의 숫자가 다른 인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대중의 호응을 얻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도 함께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아시아인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드는 게 무척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서울 공연을 마친 뒤 미국캐나다 9개 도시를 도는 투어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