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라마틱한 팬텀… 노래 파워는 아쉬워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9.29 06:09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양준모)과 크리스틴(최현주)./설앤컴퍼니 제공

경매가 한창인 1911년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 〈가면무도회〉 음악이 재생되는 오르골(음악상자)과 거대한 샹들리에를 본 라울은 오래전 크리스틴과 팬텀(유령)의 기억 속으로 휩쓸린다. 샹들리에가 12m 높이로 들어 올려질 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사랑과 공포, 빛과 어둠을 향해 아찔하고 낭만적인 추락을 예고한다.

《오페라의 유령》이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했다. 한국어 공연은 8년 만이다.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숨어 사는 음악천재 팬텀(양준모), 그에게 노래를 배우며 주역으로 성장하는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최현주), 그녀를 좋아하는 귀족 청년 라울(정상윤)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힘이 셌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멜로디와 해럴드 프린스의 정교한 연출이 객석을 흔들었다.

일본 극단 시키(四季)에서 이 작품의 여주인공을 맡았던 최현주는 풍부한 성량과 아름다운 가창력을 보여줬다. 집중력도 좋았다. 양준모는 드라마틱한 팬텀이었지만 노래의 파워가 부족했다. 저음으로 부를 땐 잘 들리지 않는 단점도 노출됐다.

물안개, 호수, 촛불, 샹들리에…. 《오페라의 유령》은 팬텀이 사는 지하세계를 통해 현대인이 잃어버린 낭만적인 공간을 돌려준다. 오페라·발레 등 볼거리도 화려하다. 팬텀이 부르는 〈밤의 노래〉, 크리스틴의 〈생각해줘요〉, 라울과 크리스틴의 이중창 〈바람은 그것뿐〉 등 명곡을 한국어로 듣는 것은 장·단점이 다 있었다. 뜻을 이해하기는 쉽지만 멜로디와 노랫말 사이에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1986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 뮤지컬은 "이별이 와도 마음 깊이 날 기억해달라"는 〈생각해 줘요〉로 열려 "나의 노래를 날게 해주오/ 그대 위한 밤의 노래여"로 흐르는 〈밤의 노래〉로 닫힌다. 그 노래를 끝으로 팬텀은 수증기처럼 사라졌다. 뮤지컬 입문용으로 좋은 이 작품과 처음 만나는 관객에겐 역시 샹들리에 추락 장면이 가장 가슴 철렁한 볼거리였다.

▶팬텀은 윤영석·양준모, 크리스틴은 김소현·최현주, 라울은 정상윤·홍광호가 나눠 맡는다. 내년 8월까지 공연. 1588-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