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두 주연의 신들린 연기… 진짜 브로드웨이서 왔소

  • 이수진·공연칼럼니스트

입력 : 2009.09.17 02:59

뮤지컬 '렌트'

그동안 한국에서는 적지 않은 투어 뮤지컬들이 '오리지널'의 타이틀을 달고 '브로드웨이에서 막 도착했다'는 문구와 함께 공연되곤 했다. 하지만 과연 몇 개나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노트르담 드 파리》 《일 삐노끼오》 등 몇몇 유럽산(産) 뮤지컬을 빼면 사실상 제대로 된 오리지널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렌트》 내한 공연은 오리지널이라는 명칭에 손색이 없다. 우선 브로드웨이 캐스트, 그것도 199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부터 원작자인 조너선 라슨과 함께했던 아담 파스칼, 앤서니 랩이 선봉에 섰다. 이미 30대 후반의 나이건만 그들 스스로 《렌트》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지 않는 듯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다. 두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앙상블도 대부분 브로드웨이 출신이다. 콜린 역의 마이클 맥엘로이가 특유의 깊은 저음을 끌어내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뉴욕 배우들을 서울에서 만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인생도 빌린 것”이라고 노래하는《렌트》./뉴벤처엔터테인먼트 제공

여기에 오리지널 연출가인 마이클 그리프도 이번 투어에 참여하여 더 퀄리티를 높였다. 스피디한 연출은 물론 단일 세트 위에 밴드를 올려 무대를 채웠다. 투어 프로덕션의 경우 자체 규모는 작은데 공연되는 극장의 무대 크기는 턱없이 커서 비싼 표값을 물고도 무대의 3분의 1 이상을 검은 막으로 가린 초라한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렌트》는 오리지널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자유로이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융통성을 지녔다.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밴드의 수준도 높다. 하지만 흠이 없는 건 아니다. 음량이 너무 커 밴드와 배우의 노래가 뭉개질 정도고 때로는 심한 하울링도 발생했다.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팬들도 적지 않건만 좋지 않은 음향으로 인해 발음이 똑똑히 들리지 않는 건 옥에 티다.

《렌트》는 브로드웨이에서는 막을 내렸다. 이번 투어 공연은 마치 세계 각국의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듯한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과거의 《렌트》와는 과감하게 작별을 고해야만 한다. 세상은 바뀌었고 에이즈는 더는 불치병이 아니며 동성애도 터부가 아니다. 다만, 인생이 고된 젊은이들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이 뮤지컬이 불멸의 작품으로 남을 것인가, 지나간 시대의 초상이 될 것인가. 이후의 프로덕션들에 남겨진 숙제다.

▶20일까지 서울 KBS홀.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