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미술치료로 난치병 고통 잊어요"

  • 전현석 기자

입력 : 2009.09.11 03:15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인미술관에서 소아암 어린이들의 미술 작품을 모은 전시회 '소박한 동행전(展)'이 열렸다. 하소영(11)양이 점토를 빚어서 만든 자신의 작품 '댄스가수 토끼의 무대'에 대해 설명했다. "곰·토끼·소·사자가 콘서트를 하고 있어요. 여기 핑크색 토끼가 저예요."

소영양은 2살 때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았다. 골수가 백혈구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쉽게 병에 걸리고, 혈소판이 계속 줄어 몸속 혈관과 장기에서 출혈이 잦은 병이다.

소영양은 태어나 지금껏 열흘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간격으로 병원에서 수혈을 받는 생활을 계속해왔다. 작년 3월부터는 한 달에 3~4번 가던 학교도 못 가게 됐다. 양쪽 허벅지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심해 장기 입원한 까닭이다. 소영양 어머니 박혜영(40)씨는 "딸이 어려서부터 아파서 고통을 잘 참는 편이지만 병세가 심해지면서 점점 표정이 없어졌다"고 했다.

9일 서울 경인미술관에서 열린 소아암어린이 미술작품 전시회‘소박한 동행전(展)’에 참여한 하소영양(오른쪽)이 직접 만든 작품을 들어보이고 있다./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소영양은 작년 7월부터 매주 한 번씩 우정사업본부가 운영하는 '우체국 한사랑의집'에서 미술 치료를 받으면서 웃음을 되찾았다. 박씨가 소영양을 등에 업고 병원과 한사랑의집을 오갔다. 박씨는 "병원에서 힘든 검사와 치료를 받은 날도 소영이가 '이거 끝나면 미술 수업 하러 가는 거지?' 하며 힘을 냈다"고 했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소영양이 8개월간 만든 것이다. 맨 처음 작은 곰을 만들고 노래 부르는 토끼와 기타 치는 소, 드럼 치는 사자를 차례차례 빚었다. 그 사이 소영양은 다시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게 됐다.

소영양은 "가수가 되는 게 꿈"이라며 수줍어했다. "아직 이 작품은 미완성이에요. 무대에 밝게 빛나는 조명을 달아야 하거든요. 어른이 되면 꼭 이런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