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만의 '밤으로의 긴 여로' 어떤 색깔일까?

  • 스포츠조선 김형중 기자

입력 : 2009.09.10 10:09

"33년만이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노 연출가 임영웅 산울림 대표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33년 만에 다시 연출한다.

오는 18일부터 10월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밤으로의 긴 여로'는 미국 연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진 오닐의 유작으로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명동예술극장의 개관기념 시리즈 두번째 공연이자 한국연극의 선구자 중 한 명인 고(故) 이해랑 서거 20주기 추모공연. 국내에서는 1962년 이해랑의 연출로 초연됐으며, 임 대표는 76년 서울 시민회관에서 김무생 김용임 등을 기용해 뒤를 이었다.

"내가 이제 세상을 좀 알게 됐나봐요(웃음). 초연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번에 보이는 것 같아요."

'밤으로의 긴 여로'는 구두쇠 아버지와 아편중독에 빠진 어머니, 알콜 중독과 폐결핵에 각각 걸린 두 아들이 출연한다. 일반적으로 중산층 가족의 상처와 비극을 그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임 대표는 이번에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20세기 초반 미국 가정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사실 지금 우리네 삶과 많이 닮아있어요. 가족 간에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오해와 상처, 그리고 소통을 통한 화해를 보여주고 있어요."

돈에 인색한 아버지 때문에 가족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병으로 고통받는다. 하루 저녁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이들은 서로 마음의 문을 연다. '세일즈맨의 죽음'처럼 굉장히 사실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 후반 아버지의 '내가 뭘 하려고 돈을 벌었나'라는 자탄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진실을 보여준다.

이해랑이 아꼈던 배우이기도 한 베테랑 손숙이 어머니 역으로 출연하고 중견 김명수가 아버지, 연기파 최광일과 영화배우로도 맹활약 중인 김석훈이 두 아들로 출연한다.

임 대표는 명동예술극장과 인연이 깊다. 지난 1948년 휘문중 1학년 때 지금 그 자리에 있던 시공관 무대에서 공연됐던 '마의태자'에 출연했다. 1964년 명동 국립극장 시절엔 '전쟁이 끝났을 때'를 연출했다.

"배우들이 말 안들으면 농담삼아 그래요. '이 중에 1948년에 여기에 서 연기한 사람 있어?'라고요.(웃음)"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