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9.10 10:07
요즘 뮤지컬계의 핫이슈는 브로드웨이 스타 브래드 리틀이 출연 중인 '지킬 앤 하이드'입니다. 그는 2005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을 통해 한국에도 팬이 많은 글로벌 스타입니다.
리틀은 지난 주중 컨디션이 좋지 않아 '립싱크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후 무대에선 '명불허전'의 솜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커튼콜 때면 기립박수의 파도가 극장 안에 넘실대니까요.
'지킬 앤 하이드'는 국내에서 조승우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리틀을 보면서 '한국의 지킬'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군요.
리틀과 조승우의 장점은 일단 귀에 쏙쏙 꽂히는 명료한 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딕션이 좋다, 나쁘다'고 하는데 사실 발성은 배우의 출발이자 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극과 뮤지컬 같은 무대예술은 일단 관객이 뭔말인지 알아들어야 합니다. 일반 대사는 물론 노래할 때도 한 글자도 뭉개지 않고 하나하나의 음가(音價)를 짚어줘야 합니다. 아나운서처럼 또박또박 발음하되 감정의 고저장단을 실어야하니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합니다.
둘 다 영리하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이성적인 신사이자 지성인인 의사 지킬과 분노와 폭력의 야수성을 상징하는 하이드. 선악의 양면성을 한 몸으로 표출해야 하니 정확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두 가지 상반되는 캐릭터와 그 사이를 오갈 때의 미묘한 갈등과 고통. 리틀은 그 큰 덩치로 얄밉게도(?) 변신을 해내더군요.
무대를 장악하는 힘도 비슷합니다. 흔히 '카리스마'라고 표현하는데, 관객의 주관성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기에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단어입니다.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 뒤 느리게 빠르게,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어느 순간 객석을 휘어잡는 마술같은 힘,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의 엉덩이를 의자에서 저절로 들게 만들어 박수를 치게 만드는 그 힘 또한 엇비슷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 카리스마의 원천이 약간 다르다는 점입니다. 리틀은 파워풀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큰 동작으로 무대를 활보하며 자신감을 발산한다면, 조승우는 에너지의 감성적인 면을 부각시켜 관객에게 정서적으로 먼저 호소한다는 점입니다. 서양과 한국의 문화차이이기도 하겠지요.
리틀 덕분일까요, '지킬 앤 하이드'는 요즘 티켓판매 선두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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