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 창작 뮤지컬 '남한산성' 곧 무대 올라

  • 이석호 기자

입력 : 2009.09.10 02:28

치욕의 끝은 어디인가

지난 4일 오후 4시30분 분당구 야탑동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3층 연습실.

"그곳은 형편이 어떠한가?" 청나라 장수 용골대가 조선 이조판서 최명길에게 묻자, 침통한 표정의 최명길이 대답 대신 되물었다. "이쪽은 형편이 어떠하오?" 용골대가 껄껄대며 웃은 뒤 답한다. "조선 천지가 모두 우리의 창고라…. 견디기가 좋다."

234㎡의 연습실에선 1막8장(포로교환)의 드라마·안무 연습이 한창이었다. 청 진영을 찾은 최명길이 화친의 표시로 포로로 잡은 청병(淸兵)을 내어주지만, 용골대는 붙잡혀 있는 조선 병사 대신 조선 여인들을 고르게 하는 장면이다. 뒤쪽에서 청나라 병사와 조선 여인들 역할을 소화하던 앙상블 20여명의 진지함도 무대 위를 방불케 했다.

4일 성남아트센터 연습실에서‘청나라 병사’배우들이 청 진영을 찾은‘최명길(맨 왼쪽·오상원 분)’을 검으로 위협하는 장면을 연습 중이다./이석호 기자 yoytu@chosun.com
성남아트센터에서 기획한 창작뮤지컬 '남한산성'(10월 14일~11월 4일)이 개막 한 달여를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병자호란(1636년) 당시 청의 침략을 맞은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해 있던 47일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가 김훈의 동명(同名) 소설이 원작이다.

"이제 내가 간다. 기다려라 내가 간다." 같은 층 5번 연습실에선 주인공 '오달제'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둘째 '대풍' 역으로 인기를 얻은 탤런트 이필모씨가 피아노에 맞춰 연습 중이었다. 이씨는 "가볍게 보이는 '대풍'의 이미지와 달리 무대에선 목소리나 분위기에서 색다른 모습을 선보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정명수 역에 더블 캐스팅된 '슈퍼주니어'의 예성은 "첫 뮤지컬이라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관객에게 배우 예성으로 각인될 수 있는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소설 말미에 4쪽 분량으로 등장하는 삼학사(三學士) 중 한 명인 '오달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조광화 연출은 "어려운 시기에 뜻은 있지만 힘과 해결 방안이 없어 방황하는 열혈 청년으로 오달제를 묘사했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 배해선(매향 역)과 임강희(남씨 역), 서범석(홍타이지 역), 강신일(최명길 역) 등 실력 있는 뮤지컬·영화 배우들도 출연한다.

조광화 연출은 "치욕을 견뎌내고 끝까지 살아내는 경건한 정신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031)783-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