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를 완성했다 베토벤도 끝냈다… 이번엔 슈베르트다

  • 김성현 기자 (블로그)danpa.chosun.com

입력 : 2009.09.10 02:37 | 수정 : 2009.09.10 03:46

음반 낸 첼리스트 양성원

첼리스트 양성원 교수는 2005년 바흐와 2007년 베토벤에 이어 올해 슈베르트까지 녹 음한‘첼로의 욕심쟁이’다. 그는“내가 지닌 욕심이라는 그릇에 음악을 가득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LG아트센터 제공
첼리스트 양성원 교수(연세대)는 욕심쟁이다. 남들이 평생 걸려도 하기 힘들다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6곡)과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전곡(5곡)을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만 3년에 걸쳐 녹음(EMI)했다. 두 작품은 각각 첼로의 구약과 신약성서로 불리며 높은 평가를 받는 걸작들이다.

그러면 '성서 이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양 교수는 올해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피아노 3중주 음반(데카)으로 대답을 내놓았다.

"승용차부터 와인까지 누구에게나 욕심 내는 대상은 있어요. 제게는 그 욕심이 연주와 녹음인 거죠. 제가 갖고 있는 욕심이라는 그릇에 음악을 가득 채우고 싶어요."

올해 양성원 교수에게는 액땜이 멈추질 않았다. 지난겨울, 가족과 함께 갔던 스키 여행에서 오른쪽 어깨를 다쳤고 여름에는 요리 도중 왼손 엄지를 베었다. 그런데도 프랑스 리모주 페스티벌에서는 음악회를 불과 두 시간 앞두고 상처를 꿰맸던 실밥을 푼 뒤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했다. 그는 "성당에서 울리는 바흐의 첼로 소리를 떠올려보니 도저히 연주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바흐와 베토벤 연주나 녹음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 양 교수는 "마땅히 슈베르트여야만 했다"고 말했다. 첼로 앞에서 제대로 설 수 있을까 두려움이 싹트던 대학 시절, 몇 번씩이나 악기를 그만두고 싶었을 때 양 교수를 위로해준 선율이기도 했다. 그는 "슈베르트는 타고난 멜로디 작곡가인 데다 슬픈데도 아름답고, 비감에 가득 차 있는데도 동시에 용기를 북돋아주는 역설적인 매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음반 출시와 동시에 양 교수는 '슈베르트 마라톤'에 나선다. 27일 서울 강남 LG아트센터에서 휴식(1시간15분)과 해설(30분)을 포함해 총 4시간에 걸쳐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피아노 3중주 두 곡을 연달아 들려주는 것이다. 슈베르트의 말년작인 피아노 3중주 2번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배리 린든》이나 정지우 감독의 영화 《해피 엔드》의 삽입곡으로도 친숙하다. 그는 "죽음을 예감하고 있던 작곡가가 비극적이면서도 운명적으로 세상과의 작별을 노래하면서도, 말미에 다시 한 번 희망을 토로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잔잔하게 용기를 북돋아준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지난 2005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이틀에 걸쳐 명동성당에서 연주했고, 지난 2007년에도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전곡을 4시간에 걸쳐 하루에 완주했다. 양 교수는 "바흐든 베토벤이든 슈베르트든 완전히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5~6시간 이상 걸리는 연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조나 금언(金言)을 묻자 이 '첼로의 욕심쟁이'는 "삶이든 연주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을 뿐, 현상유지란 없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양성원의 슈베르트, 22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24일 경남문화예술회관(진주), 25일 울산 현대예술관, 27일 서울 LG아트센터,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