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9.10 02:38
리얼리즘 연극의 '전설'이 깨어난다
20세기 한국 최고의 리얼리즘(사실주의) 연극이 잠에서 깨어난다. 1962년 이해랑(1916~1989) 연출로 국내 초연돼 큰 감동을 준 《밤으로의 긴 여로》다. 부활의 무대는 36년 만에 복원된 서울 명동예술극장이다.
이해랑·황정순·장민호·최상현·여운계가 출연한 1962년 공연은 1987년 월간 '한국연극'이 실시한 설문조사 '내가 본 리얼리즘 연극 베스트 5'에서 1위로 뽑혔다. 초연 후 47년이 흘렀지만 리바이벌 무대를 준비하는 배우와 스태프가 화려하다는 점은 같다. 모처럼 정통극의 얼얼한 펀치력을 실감할 기회를 맞아 그 감상법을 정리한다.
◆"사후(死後) 25년 뒤에 발표해라"
미국의 유진 오닐(1888~1953)은 1942년 탈고한 《밤으로의 긴 여로》를 출판사에 보낼 때 "내가 죽은 뒤 25년이 지나면 발표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자신의 충격적인 가족사가 담긴 자전적 희곡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작가는 1950년 아들이 자살하자 그 단호함으로부터 물러섰다. 오닐이 "묵은 슬픔을 눈물과 피로 썼다"고 고백한 이 드라마는 그에게 4번째 퓰리처상을 안겼다.
가족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다. 이 연극 속 제임스(김명수)·메어리(손숙) 부부, 두 아들 제이미(최광일)·에드먼드(김석훈) 사이에도 사랑과 갈등, 증오와 연민, 절망과 화해가 요동친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 연극은 비극이 아니다"라고 했다. 폭로하고 비난하면서도 가족을 변호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해랑·황정순·장민호·최상현·여운계가 출연한 1962년 공연은 1987년 월간 '한국연극'이 실시한 설문조사 '내가 본 리얼리즘 연극 베스트 5'에서 1위로 뽑혔다. 초연 후 47년이 흘렀지만 리바이벌 무대를 준비하는 배우와 스태프가 화려하다는 점은 같다. 모처럼 정통극의 얼얼한 펀치력을 실감할 기회를 맞아 그 감상법을 정리한다.
◆"사후(死後) 25년 뒤에 발표해라"
미국의 유진 오닐(1888~1953)은 1942년 탈고한 《밤으로의 긴 여로》를 출판사에 보낼 때 "내가 죽은 뒤 25년이 지나면 발표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자신의 충격적인 가족사가 담긴 자전적 희곡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작가는 1950년 아들이 자살하자 그 단호함으로부터 물러섰다. 오닐이 "묵은 슬픔을 눈물과 피로 썼다"고 고백한 이 드라마는 그에게 4번째 퓰리처상을 안겼다.
가족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다. 이 연극 속 제임스(김명수)·메어리(손숙) 부부, 두 아들 제이미(최광일)·에드먼드(김석훈) 사이에도 사랑과 갈등, 증오와 연민, 절망과 화해가 요동친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 연극은 비극이 아니다"라고 했다. 폭로하고 비난하면서도 가족을 변호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살아 있는 인간을 그린다
《밤으로의 긴 여로》는 이해랑 서거 20주기 추모공연이다. 이번에 연출을 맡은 임영웅은 "내 연극의 중요한 부분은 전부 이해랑 선생님께 배웠다"며 "지금도 극장 뒷문을 열고 선생님이 공연장으로 들어오실 것만 같다"고 말했다. "그 투철한 연극정신이 그립다"고도 했다. 이 연극은 가족의 격렬한 투쟁으로 연소하는 드라마다. '연극은 인간을 그리는 예술이며, 무대 위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표현돼야 한다'는 이해랑·임영웅의 연출론이 인생의 어떤 진경(眞景)을 포착할지 기대된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고등학생 때 《밤으로의 긴 여로》를 봤던 배우 손숙은 7일 기자회견에서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렸는데 10분 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며 "그 감동 때문에 연극배우가 됐다"고 했다. 피아니스트나 수녀를 꿈꾸다 이류 배우 제임스와 결혼하고 마약중독자가 된 메어리는 이 연극에서 가장 힘든 배역이다. 특히 환각상태에서 웨딩드레스를 들고 나타나는 마지막 장면이 관람 포인트로 꼽힌다.
◆3시간의 앙상블
《밤으로의 긴 여로》는 손숙을 비롯해 김명수·최광일·김석훈·서은경(하녀 캐서린) 등 5명이 3시간 동안 연기의 밀도를 이어가야 하는 연극이다. 김명수는 2007년 《시련》에서 영웅 프락터로 강렬한 자국을 남긴 배우다. 《에쿠우스》의 최광일, 《사랑과 우연의 장난》의 김석훈,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의 서은경도 믿음직스럽다. 임영웅은 "연극에 배우들이 쏟는 열정으로 보면 이렇게 좋은 예감은 아주 오랜만"이라고 했다.
▶18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화·목·금요일은 오후 7시30분, 수·토·일요일은 오후 3시에 공연한다. 1644-2003
《밤으로의 긴 여로》는 이해랑 서거 20주기 추모공연이다. 이번에 연출을 맡은 임영웅은 "내 연극의 중요한 부분은 전부 이해랑 선생님께 배웠다"며 "지금도 극장 뒷문을 열고 선생님이 공연장으로 들어오실 것만 같다"고 말했다. "그 투철한 연극정신이 그립다"고도 했다. 이 연극은 가족의 격렬한 투쟁으로 연소하는 드라마다. '연극은 인간을 그리는 예술이며, 무대 위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표현돼야 한다'는 이해랑·임영웅의 연출론이 인생의 어떤 진경(眞景)을 포착할지 기대된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고등학생 때 《밤으로의 긴 여로》를 봤던 배우 손숙은 7일 기자회견에서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렸는데 10분 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며 "그 감동 때문에 연극배우가 됐다"고 했다. 피아니스트나 수녀를 꿈꾸다 이류 배우 제임스와 결혼하고 마약중독자가 된 메어리는 이 연극에서 가장 힘든 배역이다. 특히 환각상태에서 웨딩드레스를 들고 나타나는 마지막 장면이 관람 포인트로 꼽힌다.
◆3시간의 앙상블
《밤으로의 긴 여로》는 손숙을 비롯해 김명수·최광일·김석훈·서은경(하녀 캐서린) 등 5명이 3시간 동안 연기의 밀도를 이어가야 하는 연극이다. 김명수는 2007년 《시련》에서 영웅 프락터로 강렬한 자국을 남긴 배우다. 《에쿠우스》의 최광일, 《사랑과 우연의 장난》의 김석훈,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의 서은경도 믿음직스럽다. 임영웅은 "연극에 배우들이 쏟는 열정으로 보면 이렇게 좋은 예감은 아주 오랜만"이라고 했다.
▶18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화·목·금요일은 오후 7시30분, 수·토·일요일은 오후 3시에 공연한다.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