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차세대 국악 명인 나요 나" 뜨거운 경연

  • 조홍복 기자

입력 : 2009.09.08 02:47 | 수정 : 2009.09.08 07:48

제17회 임방울국악제 이모저모
연주자·청중 함께 '얼씨구' 판소리 일반부 본선 치러
기악·명창부는 오늘 본선

국악계 숨은 진주를 찾는 '제17회 임방울국악제'가 대회 3일째인 7일 뜨거운 열기속에 광주 곳곳에서 진행됐다. 임방울(林芳蔚·1905~1961) 선생은 광주가 낳은 당대 최고의 '국창(國唱)'이다. "쑥대머리~"로 각인된 그의 절절한 목소리는 일제 시대의 신산한 삶에 지친 국민들의 가슴을 쓰다듬듯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었다.

이날 관록이 붙은 일반부와 명창부 부문별 예·본선이 시작됐다.

일반부 기악 예선은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광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진행됐다. 고운 한복의 빛깔과 달리 참가자들은 잔뜩 긴장한 낯으로 숨고르기를 하느라 연달아 "휴~"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객석에서 기다리는 참가자 가족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목이 타는지 연방 이온 음료를 들이켜던 송영복(46·서울 서초구)씨는 "한양대 국악과에 재학 중인 아들이 작년 이 대회 입상에 실패해 자신감 회복을 위해 다시 참가했다"면서 "큰 대회여서 그런지 입술이 바짝 탄다"고 말했다.

해금과 대금, 피리, 가야금, 거문고, 아쟁 등의 청아한 소리가 관객 100여명을 휘감더니 실내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끊어질 듯 이어지며 애간장을 녹이는 국악기의 선율에 지그시 눈을 감고 소리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새벽부터 시내버스를 2번 갈아타고 온 박동식(76·담양 고서면)씨는 "벽에 반사된 소리가 심장에 잠시 머물다가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이라며 "평소 몸을 정화하는 이 감정이 좋아 가야금 연주를 즐겨 듣는다"고 말했다.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를 연주한 이아람(25·서울대 국악과 졸업)씨는 "3년 전 입상 실패 경험이 있어 설욕하기 위해 대회에 또 나왔다"며 "악기와 한 몸이 돼 연주를 마쳐서인지 만족한 무대였다"고 밝게 웃었다.

제17회 임방울국악제 사흘째인 7일 판소리 일반부 참가자들이 온힘을 다해 열창하고 있다./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중앙여고 죽호관에서 열린 명창부 판소리 예선에선 소리꾼 13명이 실력을 겨뤘다. 150여 관객들은 애절하면서 우렁찬 목소리가 무대에서 흘러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얼씨구" "좋다" 등의 추임새를 넣으며 분위를 달궜다.

하지만 관록이 몸에 밴 명창부 참가자마저도 긴장은 떨치기 어려운 듯했다. 대회장 바깥에서 연습 중이던 30대 출전자는 손바닥만한 종이에 깨알 같은 크기로 쓴 가사를 외우면서도 초조한 빛이 역력했다. 그는 "너무 긴장한 탓에 머릿속이 백지가 됐다"고 했다.

흥보가 중 초압부터 대목을 부른 박미선(43·전북도립국악원 단원)씨는 "임방울국악제에 3번 출전해 3등만 두 차례 했다"면서 "맹연습을 했지만 무대 긴장이 발목을 잡은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일반부 판소리 예·본선은 광주공원이 자리한 광주시민회관에서 진행됐다. 참가자 23명이 목청을 뽐냈다. 굳은 표정으로 대기실에서 앞 참가자의 공연을 지켜보던 60대 참가자는 "수년간 대회에 나왔지만, 역시나 가슴이 떨린다"며 생수를 마셨다.

적벽가 중 새타령 대목을 부른 이정규(76·인천시 계양구)씨는 "밥은 걸러도 판소리만은 하루도 건너 뛸 수가 없다"면서 "가사 외우고 소리하는 재미에 노년의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졌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밖에 이날 일반부 무용 예선이 5·18문화센터 민주홀에서, 일반부 가야금병창 예·본선이 5·18문화센터 대동홀에서 각각 치러졌다. 일반부 시조와 농악 예·본선은 각각 염주체육관 국민생활관 1층과 빛고을 체육관에서 열렸다.

정성화 판소리 일반부 심사위원장은 "막판까지 4명이 본선에서 최우수상을 놓고 경쟁을 벌였는데,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모두 실력이 출중했다"며 "일반부 실력이 명창부 못지않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일반부 판소리 부문에선 심현희(울산 울주군)씨가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주현주(광주 삼각동)씨가 우수상을, 김주영(서울 동작구)씨가 준우수상을 각각 차지했다.

앞서 6일 진행된 고등부 판소리 부문에선 김준수(전남예고3)군이 금상(광주시장상)을 받았다. 은상은 최치웅(광주예고1)군이, 동상은 신혜민(광주예고)양이 각각 차지했다. 중등부에선 박수범(해남제일중2)군이 초등부 금상에 이어 중등부에서도 금상을 받아 관심을 모았다. 초등부에선 최민강(전주 인봉초4)군이 금상을 수상했다.

고등부 기악에선 윤지원(국립전통예고3)군이, 학생부 무용에선 김세원(광주상무고3)양이 각각 정상에 올랐다.

임방울국악제는 8일 오후 2시 광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명창부 판소리와 일반부 기악·무용 본선 이후 축하공연과 시상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