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대작(大作)=흥행보증 착각 과열 막을 가이드라인 필요"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9.03 06:35

'뮤지컬 수입 경쟁' 비판한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
"내년부터 연극공연 늘려 순수창작에 힘 쏟을 것"

박명성 신시 대표는“비싼 로열티 주고도 계속 초조한 수입 경쟁은 이제 안 하겠다”고 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맘마미아》 《시카고》 《헤어스프레이》 《아이다》 등 대형 해외뮤지컬을 국내 초연한 신시컴퍼니가 1일 선급금(royalty advance·공연 계약금)을 포함한 로열티를 공개하며 "시장을 어지럽히는 소모적인 수입 경쟁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발표에 대한 파장은 컸다. 2일 신시 사무실에는 "신시가 공연해 오던 대형 뮤지컬들도 이제 시장에 내놓는 것이냐" "해외작은 앞으로 전혀 하지 않겠다는 뜻이냐" "신시도 과열경쟁에 한몫하지 않았느냐" 같은 문의와 항의가 빗발쳤다. 박명성 신시 대표는 "로열티는 어떤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어렵게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시는 내년 1월까지 연극 세 편을 올린다. 손숙·추상미 주연의 《가을 소나타》, 최정원이 출연하는 《피아프》,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무대로 옮기는 《엄마를 부탁해》 등이다. 박명성 대표는 "내년부터는 해마다 연극 4~5편, 창작 뮤지컬을 1편씩 공연하며 순수 창작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10년 사이에 로열티 선급금이 5배나 올랐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그 당시엔 경쟁이 없다시피 해서 2만~3만달러면 계약할 수 있었다. 요즘엔 표를 팔아 로열티도 못 건지는 뮤지컬이 적지 않다. 자금력이 부족한 뮤지컬 제작사가 투자사에 끌려다니는 구조로는 좋은 작품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입 경쟁이 얼마나 심각한가?

"영국의 《맘마미아》 제작자가 '한국 사람들, 참 재미있다. 신시가 하는 줄 뻔히 알 텐데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공연권 계약을 바꿔달라는 요청이 매달 들어온다'고 말했다. 공연을 계속하면 로열티가 내려야 정상인데 《시카고》 《렌트》 《유린타운》 모두 1~2%씩 올랐다. 우리도 공연권을 방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새로운 뮤지컬 수입 경쟁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을 것인가?

"현재 계약을 시도 중인 뮤지컬은 딱 하나, 4~5년 전부터 관심을 기울인 《위키드》가 있다. 그것 외에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맘마미아》 《시카고》 등 신시가 공연권을 보유해온 뮤지컬들은 계속 한다."

―지금 뮤지컬 시장 상황은 어떤가.

"올해 《시카고》 《맘마미아》는 공연 기간 내내 예매순위 1~2위를 오갔는데 간신히 손해를 면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과열 수입 경쟁이 벌어지나.

"화제작만 잡으면 투자받는 데 문제가 없고 흥행도 된다는 착각 때문이다. 로열티 지불하고 해외제작진도 참여하면서 한국 뮤지컬 시장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우리 배우들과 기술팀의 기량이 좋아졌다. 어정쩡한 뮤지컬은 수입할 필요가 없다."

―뮤지컬 관객은 표값과 품질에 대한 불만이 많다. 그것이 로열티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뮤지컬은 공급과잉이고 품질은 천차만별이다. 제작사는 수입 계약, 대관(貸館), 홍보 등 세 번의 '전쟁'을 치른다. 급하게 준비해 단기간에 수익을 뽑아야 하는 불안정한 구조다. 배우·스태프 인건비도 과도하게 올랐다. 내년부턴 그 거품도 15~20% 뺄 생각이다."

―연극 공연을 크게 늘리는데.

"2년 전 연극 《침향》을 하면서 반성을 하게 됐고 뭔가 창조한다는 자긍심도 느꼈다. 연극열전을 통해 상업적 가능성도 봤다. 올해 토니상 연극 작품상 수상작 《대학살의 신》도 내년에 공연할 계획이다. 신시로서는 새로운 도전이고 모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