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9.02 15:41
지컬 '렌트'가 국내 초연된 것은 지난 2000년의 일이다. 신시컴퍼니가 제작을 맡았다.
당시 '렌트'의 한국공연은 뮤지컬계에서 모험이라고 할 만큼 리스크가 큰 도전이었다. 뉴욕 빈민가에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열정, 예술혼이 주된 이야기지만 동성애, 에이즈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들이 곳곳에 깔려 있어 '이게 과연 우리 정서에 먹히겠느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된 것이다. 록오페라라는 형식 또한 낯선 데다 실험성을 중시하는 오프브로드웨이 소극장이 원산지인 작품이 한국에서 최고라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궁합이 맞겠느냐는 것도 불안감을 부추겼다.
하지만 남경주 최정원 이건명 황현정 등이 출연한 '렌트' 초연은 보란듯이 대성공을 거뒀고, 지금까지 2년여 간격으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 '렌트'의 오리지널 투어팀이 오는 8일부터 20일까지 KBS홀에서 공연을 펼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오리지널팀의 마지막 고별무대로 브로드웨이 톱스타인 아담 파스칼과 안소니 랩이 출연한다는 사실이다.
'렌트'는 지난해 9월 브로드웨이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 뒤 앙코르 요청이 쇄도하자 1월부터 7월까지 보스턴 시카고 등 미국 내 40개 도시를 순회했다. 8월 일본, 9월 서울을 끝으로 이제 초연 캐스트의 무대는 더이상 볼 수 없다. 로저 역의 아담 파스칼과 마크 역의 안소니 랩은 국내에는 덜 알려졌지만 브로드웨이에서는 스타들이다. 아담 파스칼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가를 불렀던 헤더 해들리와 '아이다'에서 공연한 것을 비롯, 영화와 TV 드라마에서도 활약해왔다.
초연 이후 13년간 여러 로저와 마크가 있었지만 이 둘의 조합이 최고라는 평가. 2005년 영화로 만들어진 '렌트'에도 나란히 출연했다.
1996년 세상에 나온 '렌트'는 요절한 천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이 원작이다. 1900년 파리를 요즘의 뉴욕 뒷골목으로, 결핵과 굶주림을 에이즈와 마약으로 대치했고, 거기에 꿈과 열정, 희망의 메시지라는 새로움을 얹었다. 록오페라라는 형식을 유지하기 위해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져 있고, 필요한 부분은 레치타티보(말하듯 느리게 부르는 노래)로 구성한 것도 인상적이다.
2000년 '렌트' 공연은 브로드웨이와 한국의 시차를 4년으로 줄이며 이후 국내 뮤지컬 붐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당시 한국 초연을 앞두고 '렌트' 팀들이 브로드웨이를 찾아 이들의 공연을 참관했는데, '로저'를 맡았던 이건명이 "아담 파스칼만큼 해내겠다"고 말하던 모습이 선하다.
영화와 달리 무대예술은 배우가 바뀌면 '맛'이 바뀐다. 오리지널 팀의 마지막 공연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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