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9.02 02:26
김포천 임방울국악진흥회 이사장
민중 향해 온몸으로 노래
일제시대 민족의 한(恨) 달래
대회 규모·위상 최고수준 심사 투명… 시민도 참여

"선생은 암울한 시대, 민중(백성)의 한과 설움을 소리(노래)로 달래준 천재 가객(歌客)이자 음유시인이었습니다."
제17회 임방울국악제를 준비 중인 김포천(金抱千·75) 임방울국악진흥회 이사장은 1일 "(임방울국악제는) 천재성과 자유분방함, 순수함을 함께 지녔던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고, 그런 정신을 가진 국악인을 키워내는 등용문"이라며 "국악제를 통해 국악인구 저변을 확대하고, 일본·중국 등 해외에 우리 소리를 선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방울은 어떤 인물인가.
"1962년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행렬이 종로거리를 지나가는데, 소복을 입은 여자들 수천 명이 나와 뒤를 따르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선생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소리의 천재였다. 자유분방하고 순수한 가객으로서, 일제시대 설움을 겪던 우리 민족이 그의 소리를 들으며 한을 달랬다. 서양의 중세 때 음유시인들이 민중을 향해 노래했던 것과 닮았다. 선생은 동편제와 서편제를 넘나든 천재성뿐 아니라, 소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정진을 몸소 실천한 예술가였다."
―임방울국악제는 광주와 국악계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첫째는 위대한 가객으로서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는 것이다. 또 그의 예술정신을 이어받은 국악인을 키워내는 등용문이다. 단순히 소리를 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예술정신과 업적을 계승할 수 있는 후진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악제는 무엇보다 국악인구 저변확대를 가져오는 마당이 되기를 원한다. 전국 국악제 가운데 유일하게 아마추어 소리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몇년 새 여러 개혁작업을 통해 국악제 위상이 크게 달라졌는데.
"광주 광산구청이 처음 임방울국악제를 창설했다가, 광주국악대전과 통합됐다. 지난 2007년부터 대회 규모는 물론, 시상의 격과 상금액 등을 크게 높였다. 심사위원 선정에서부터 점수 발표까지 모든 과정에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이제는 전국 최고 수준의 국악제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일보와의 인연도 남다르다.
"과거 임방울 선생과 그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던 방일영 전 조선일보 고문의 '인연'은 지금의 임방울국악제가 있기까지 큰 밑거름이 됐다. 특히 조선일보와 SBS가 공동주최자로 참여함으로써 국악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큰 힘을 얻었다."
―올해 국악제는 어떻게 치러지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물론 판소리 명창부와 일반·학생부, 기악 등 경연이 핵심이다. 하지만, 아마추어 소리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코너 '우리도 명창'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옛날 '또랑광대'라는 말이 있었는데, 시민 누구나 참가해 자신의 기량을 자랑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 엘리트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국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우리의 목표요, 꿈이다."
―국악제를 즐기는 청중들의 반응은 어떤가.
"3~4년 전까지만 해도 국악제를 열면서 청중이 적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전야제 표를 구하기 어려울 만큼 관심이 높아졌다. 청중들의 태도도 다르다. 무릎을 치거나,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를 감상하는 분들이 많다. 국악제 공연에 오면 무엇보다 편안하고 부담없이 듣고 재미를 느끼면 된다. 단가라도 한 대목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성공이다."
―임방울국악제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가야 하나. 특별한 계획은?
"국악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광산구청에서 진행하는 '국악교실'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내년 광주공원 옆 문화회관에서 국악교실을 열고, 구청 별로 공간을 마련해 그동안 임방울국악제 수상자 등을 강사로 위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공연도 추진 중이다. 일본과 중국·대만 등 방송·문화계 인사들과 임방울국악제 출신 국악인들의 현지공연 계획을 협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