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9.01 02:55
중(中) 국가대극원
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공연장에 가면 엄청난 규모와 최신식 시설에 감탄하고 그에 못 미치는 관객 매너에 실망하기에 "두 번 놀란다"고 합니다.
지난달 초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열린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정명훈)의 공연은 이런 속설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수시로 악장 간 박수가 터지는가 하면, 연주 도중에 입장하는 관객도 있었습니다. 한 관객이 모차르트의 협주곡 1악장부터 비닐봉지에서 뭔가 꺼내기 위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는 바람에 적막감이 온통 깨지고, 연주가 절정에 이른 말러 교향곡의 4악장에서는 부부 관객이 보무도 당당하게 뚜벅뚜벅 걸어나가 버렸습니다.

올림픽은 지구촌의 스포츠 축전인 동시에, 주최국의 문화수준을 만방에 과시하는 자리입니다. 그렇기에 주최국은 앞다퉈 공연장을 짓지만, 서구식 공연장 관습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고 보면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개관한 한국 역시 악장 간 박수가 사라진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지요.
중국의 현재가 한국의 어제이고, 우리의 오늘이 그들의 내일이라고 생각하면 눈살을 찌푸릴 필요는 없습니다. 도쿄올림픽이 1964년, 서울올림픽이 1988년, 베이징올림픽이 2008년으로 20여년의 간격을 두고 개최된 것처럼, 서양문화의 유입 역시 그만큼의 시차가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겠지요.
내한공연을 갖는 외국 연주자들은 한국 관객이 젊고 열정적이며 감정 표현에 강하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을 연주했던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이트는 "그토록 많은 젊은 관객이 클래식 연주회, 특히 바흐 연주를 보기 위해 온 것이 놀랍기만 하다.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은 '쿨(cool)'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썼지요. 반면 일본 관객은 엄청난 몰입이 특징으로 꼽힙니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일본 청중은 연주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생생하게 느낄 수 있으며 무대 위의 음악가에게 영감을 북돋아 준다"고 말했습니다. 한·중·일 3국의 공연 관람 문화는 서양문화 유입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