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8.25 03:05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이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의 걸작을 여럿 남긴 작곡가가 모차르트입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K.364)〉가 대표적이지요.
낭만주의 협주곡에서는 때때로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독주(獨奏) 악기가 100여명에 이르는 오케스트라와 홀로 대결하면서 고독하게 연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이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에서는 1악장부터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교향악단이라는 푸근한 보금자리 안에 머물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나래를 펴면서 비상합니다.

실제 막심 벤게로프 같은 바이올리니스트는 "콘체르탄테라는 용어는 독주자가 오케스트라의 짜임 안에서 등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정확히 첫 악장에서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나타날 때, 듣는 사람들은 독주자들이 나왔는지 아닌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감지할 수 없는 전환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지요. 그래서일까요. 관현악을 듣다가도, 도중에 이중주나 사중주 같은 실내악까지 덤으로 듣는 듯한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를테면 짬뽕의 얼큰함과 자장면의 달짝지근함을 모두 갖춘 '짬자면' 같은 장르인 셈이지요.
또 한편의 유명한 모차르트 작품이 〈오보에와 클라리넷, 바순과 호른을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K.297b)〉입니다. 이번엔 4대의 관악기가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집니다. 서정적인 2악장 아다지오에서 바순부터 클라리넷, 오보에를 거쳐 한걸음 뒤늦게 호른까지 주제가 천천히 옮겨가면, 청명함과 우아함도 함께 번져갑니다.
대결보다는 화합의 의미가 두드러진 성격 덕분에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사회적 의미가 뚜렷한 음악회에서 즐겨 연주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스라엘과 아랍의 청년음악인들과 함께 창단한 서동시집(西東詩集)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는 지난 2005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표적 분쟁지역인 서안지구의 라말라를 찾아갔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으로 검문소만 760여개에 이르는 라말라에 가기 위해 단원들은 스페인 정부에서 외교관 여권을 발행받았지요.
당시 이들이 함께 연주한 곡이 바로 〈오보에와 클라리넷, 바순과 호른을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입니다. 그늘 하나 찾기 힘들 만큼 맑디맑은 모차르트의 선율에, 그 순간은 초조함과 갈등까지 모두 잊을 수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단원들로 구성된 아시아 필하모닉(지휘 정명훈)도 이달 인천에서 같은 곡을 선사했습니다. 사이 카이(오보에·남덴마크 심포니), 모 치유(클라리넷·런던 심포니), 마케(바순·디트로이트 심포니), 한 샤오밍(호른·독일 라디오 필하모닉) 등 중국계 단원들이 아시아 올스타팀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정명훈은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도 힘들고 날카롭기만 하던 역사가 있었다. 하지만 말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화합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듣고 있으면 악기들이 둥글둥글 조화를 이루듯, 세상사도 모나지 않고 어울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