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8.21 10:12

"93년 세계 주니어선수권 때 이곳(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선 경험이 있다. 한국팬들이 볼쇼이쇼를 통해 멋진 추억을 얻었으면 한다."
이번 볼쇼이쇼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인물은 이리나 슬루츠카야(30).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등장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 세계선수권 두 차례, 유럽선수권을 일곱차례나 거머쥐며 피겨 여왕으로 군림하다 2006년 은퇴했다. 특히 필생의 라이벌인 미국의 미셀 콴과 명승부전을 펼쳐 세계 피겨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스타플레이어다.
선수로서 한국을 몇 차례 찾은 적은 있지만 볼쇼이공연단에 합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단장인 이고르 보블린의 수제자인 인연으로 이번에 참가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번 공연에서 솔로로 나서 뮤지컬 명곡 '메모리'에 맞춰 우아하면서도 정열적인 쇼트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다.
목동 아이스링크 대기실에서 만난 그녀는 첫눈에 강한 카리스마가 확 느껴졌다. 매서운 눈빛, 또박또박 자신감에 찬 말투, 솔직한 표현 등이 인상적이었다.
"미셀과는 지금의 김연아와 마오처럼 늘 의식하고 이기기 위해 서로 경쟁했다"는 그녀는 "아주 친하진 않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소개했다.
김연아에 대해서도 격려를 잊지 않았다. "경기 하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굉장히 대단한 선수라고 들었다"며 "준비를 착실히 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란다"고 선배로서 덕담을 던졌다.
그녀는 피겨스케이팅 외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도 모스크바에서 연극을 연습하다 한국을 찾았다. 이번 공연을 끝내고 귀국하면 다시 연극연습에 합류할 계획이다. 아울러 러시아 TV의 아이스쇼에도 나설 예정이다.
"선수 때 경기에 나서는 것과 지금은 큰 차이가 있다. 긴장감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그녀는 "한국 관객들이 이번 공연을 통해 각자 무언가를 찾아서 돌아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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