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 아이스쇼' 목동 아이스링크서 화려한 개막

  • 스포츠조선 김형중 기자

입력 : 2009.08.21 10:10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우아하게 빙판 위를 미끄러지는 배우들. 침을 꼴딱 삼키며 숨 죽이던 관객들은 동작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2009볼쇼이 아이스쇼(공동주최 SBS, IMG)가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지난 15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국내에서만 17년째 공연되며 마니아 층을 형성해온 최고의 여름 이벤트 중 하나다. 김연아 덕분에 늘어난 피겨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 부족함이 없다.

볼쇼이 공연단은 올림픽을 비롯해 세계선수권, 유럽선수권 피겨스케이팅 챔피언들이 주축이 된 세계 정상급 단체다. 피겨스케이팅과 발레를 결합해 공연예술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아왔다. 1, 2부로 나눠 각각 20~30분짜리 메인 공연 한 편과 갈라쇼 형식의 짧은 소품 4,5편으로 메뉴를 짰다.

스포츠와 예술을 결합한 성공사례로 꼽히는 볼쇼이아이스쇼가 목동아이스링크에서 공연 중이다. 안델센 원작의 '눈의 여왕'의 한 장면.

이번 공연의 일차 관심사는 올해 첫선을 보인 '카르멘'.

원색의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은 30여명의 단원이 출동해 열정의 여인 카르멘의 사랑과 불꽃같은 삶을 얼음 위에서 재현했다. 뜨거운 정열이 묻어나는 플라멩코, 카르멘을 사이에 둔 남자들의 질투 등 복잡한 드라마 서사를 빙판 위에서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스케이팅과 음악, 안무만으로 인간 심연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수차례 석권한 최고의 페어 커플인 나탈리아 베스티미아노바와 안드레이 부킨이 주인공 카르멘과 돈호세를 노련하게 소화해 명성이 녹슬지 않았음을 과시했다.

2000년대 초 미셀 콴과 라이벌 명승부를 펼쳤던 이리나 슬루츠카야도 뮤지컬 명곡 '메모리'를 우아한 몸짓으로 해석해냈다. 특히 클라이맥스의,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만 같은 스핀 동작은 큰 박수를 받았다.

인기 레퍼토리인 '백조의 호수'와 '메리 포핀스'도 다시 만나 반가웠다. '백조의 호수'는 볼쇼이단의 출발점인 아이스발레의 진수를 보여줬다.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선율 속에 아름다운 백조로 분한 배우들이 하늘하늘 춤을 춘다. 피겨스케이팅이 어떻게 예술로 진화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공연단에서 비교적 신예에 속하는 오데뜨 역의 엘레나 핀가쵸바와 지그프리드 왕자 역의 파벨 레베데프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몸짓으로 마치 진짜 발레 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메리 포핀스'는 올해에도 어린이 관객들의 환호를 많이 받았다. 코믹하고 유쾌한 드라마, 배우들의 흥겨운 연기, 플라잉 액션을 이용해 하늘에서 날아온 요정 메리 포핀스가 선사하는 동화의 세계는 관객들을 잠시 달콤한 판타지로 이끈다.

볼쇼이아이스쇼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아이스쇼의 모든 것'을 한 무대에서 풀어놓는다. '백조의 호수'처럼 순수예술부터 마이클 잭슨의 'Bad'에 맞춘 신나는 댄싱까지 아우르고, '카르멘'의 성인 취향부터 '메리포핀스'처럼 아동용까지 포함돼 있다. 또 피겨와 발레, 플라멩코, 모던댄스 등 다양한 춤의 파노라마, 클래식부터 뮤지컬 명곡, 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선곡으로 마치 '아이스쇼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듯하다. 아울러 피겨와 발레에 아크로바틱까지 가미해 점차 장르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대 공연의 흐름을 빙판 위에서 증명한다.

낮 공연과 저녁 공연의 프로그램이 부분적으로 다르다. 9월6일까지. 1544-1555(www.ticket.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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