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올해도 대관령의 음악은 위대했습니다"

  • 이혁재 기자

입력 : 2009.08.18 03:38

대관령국제음악제 폐막 3주간의 감미와 황홀
4만5000명에 추억 선사

제6회 대관령국제음악제(예술감독 강효)가 3주간의 음악여행 닻을 내렸다. 사람들이 국제음악제 폐막에 섭섭해 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황홀감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간이 흐르면 내년을 고대하며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는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거장, 알도 파리소의 존재감

지난 14일 오대산 월정사에서 열린 산사음악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음악제는 귀에 익은 표제곡에서부터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현대 곡까지를 모두 만났던 자리였다.

새로운 주제와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의 참여로 관심을 받아온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지난달 22일 춘천 죽림동주교좌성당 음악회를 시작으로 '저명연주가 시리즈', '떠오르는 연주자 시리즈', '협연자 콩쿠르' 등 전문 연주회를 비롯해 '마스터 클래스',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 '음악가와의 대화' 등 알찬 프로그램으로 펼쳐졌다.

특히 카겔의 '세 연주자를 위한 대결', 조지 크럼의 '고래의 목소리', 탄 둔의 '고스트 오페라'는 기존 클래식의 틀을 깨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performance)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거장 알도 파리소가 직접 지휘한 '브라질풍의 바흐 5번'은 절친한 친구였던 빌라 로보스의 곡을 새롭게 해석해 지안 왕, 셔나 롤스튼, 올레 아카호시 등 과거의 제자와 현재 예일대 학생 제자들로 구성한 첼로 앙상블을 통해 무대에 올려 50년 음악교육에 몸담은 거장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제6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막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열린 개막 연주회에서 알도 파리소(오른쪽)의 지휘로 소프라노 유현아가 빌라 로부스의‘브라질풍의 바흐 5번’을 부르는 모습. /조선일보DB

◆"알펜시아 시대에 대비해야"

대관령을 찾은 새로운 아티스트들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미국인 최초이자 유일한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엘마 올리베이라의 심오한 바이올린 연주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모여 앙상블을 이루는 미켈란젤로 현악사중주단의 공연은 대관령국제음악제이기에 만날 수 있는 무대였다.

다양한 계층을 위해 프로그램이 그 어느 해보다 풍성했다. 용평을 찾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회'와 춘천, 원주, 강릉 저명 연주가 시리즈를 비롯한 성당, 교회, 산사음악회 등도 도민을 위해 무료로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시도한 '음악가와의 대화'도 이번 음악제의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 세계 예술행정가와 저명 교수진이 한자리에 모여 차세대 음악가들에게 전하는 조언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화에서는 '한국의 음악이 입시 수단은 아니어야 하며, 음악가로서의 성공이 개인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등에 대한 깊은 대화가 오고 갔다.

대관령국제음악제측은 "4만5000여명의 관객에게 대관령의 추억을 선사했다"며 "뛰어난 연주 실력과 함께 곡에서 필요로 하는 연기도 해야 했던 아티스트들은 21세기 연주자의 새 패러다임을 보여줘 '대관령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이란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고 자평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는 내년 알펜시아로 물리적 공간을 옮긴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제로서 알펜시아 연주시설 등 '하드웨어'와 세계 일류의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담아낼 운영 조직의 강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