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8.18 03:28
제천영화제 화제작 '무형문화재 82호…'의 엠마 프란츠 감독
굿 속의 장구 리듬에 빠져
연주의 비밀 풀러 나선 여정
다큐멘터리로 기록해 호평
호주의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Barker)는 7년 전 러시아 공연을 마치고 들른 한국에서 우연히 기묘한 한국 전통 음악을 음반으로 접했다. 단박에 이 리듬에 매료된 그는 이 음악의 주인공인 김석출(1922~2005)옹을 사사키로 결심했다. 18일 폐막하는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화제작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Intangible Asset Number 82)'는 그가 20여회나 한국을 드나들며 동해안 별신굿의 명예 보유자인 김옹을 찾아다닌 것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8살 때 별신굿을 배우기 시작한 김옹은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82호로 인정받은 인물.
"김옹을 비롯한 한국의 무속인과 국악인들을 만나면서 음악에 대한 나의 태도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제천에서 만난 이 영화 연출자 엠마 프란츠(Franz) 감독도 음반 3장을 발표한 호주의 재즈 가수다.
"김옹을 비롯한 한국의 무속인과 국악인들을 만나면서 음악에 대한 나의 태도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제천에서 만난 이 영화 연출자 엠마 프란츠(Franz) 감독도 음반 3장을 발표한 호주의 재즈 가수다.

"사이먼으로부터 김옹 이야기를 듣고 5년 전쯤 영화를 기획했습니다. 이미 그는 17번이나 한국을 방문한 터였고, 이후로도 4~5번 더 왔지요. 그 자신 호주의 뛰어난 드러머이면서 장구를 비롯한 한국 타악기 리듬에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어요."
카메라 한대 들고 무작정 온 한국에서 가까스로 국악인 김동원씨를 만난 이들은 김씨의 소개로 소리꾼 배일동씨를 만나며 점점 한국 전통 음악에 빠져들었다. 이윽고 여러 무속인들을 거듭 만난 끝에 김옹을 찾아간 것이 2005년 7월. 생전 처음 서양인을 만났다는 김옹은 이들 앞에서 특출한 장기인 태평소와 장구를 연주해 보이고 사흘 뒤 별세했다.
"김옹이 평생 해온 굿은 (풍어를 기원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그 자체로 흥겨운, 아주 독특한 음악이었죠. 처음 그 음악을 들었을 땐 소음처럼 복잡하고 어지럽기만 했어요. 그러나 반복해 들을수록 그 속에 담긴 에너지를 발견하고 매료됐습니다."
프란츠 감독은 이 영화로 연출에 데뷔했으며 미국·호주·핀란드·브라질 등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호평받았다. 남아공 더번에서 열린 국제영화제에선 다큐멘터리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의 시골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 영화를 찍었던 건 김석출옹 음악에 담겨 있는 비밀을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알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어요. 서양엔 없는 '무형문화재'란 개념이 낯설었지만 바로 그 '무형의 무엇'을 알고 싶었다고 할까요." 프란츠 감독은 현재 미국의 세계적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Frisell·58)의 삶과 음악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녀는 "2~3년쯤 뒤 그 영화를 들고 제천에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4살 때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10대 때 재즈에 빠졌다는 그녀는 새 음반도 틈틈이 준비하고 있다며 말했다. "음악은 늘 저의 첫번째 열정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