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공연단들, 남산골에 모인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8.13 03:05

세계국립극장 축제 내달4일 개막… 참가작 베스트3

올가을 서울 남산 국립극장은 세계로 통한다. 프랑스·대만·러시아·브라질 등 9개국 국립 공연단체의 작품 12편을 모은 '제3회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이 9월 4일 개막한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의 《태권무무 달하》, 극단 목화의 《용호상박》 등 국내 우수작들을 포함하면 두 달간 총 25편이 피고 진다. 이 '코스 요리' 가운데 베스트3를 가려 뽑았다.

객석을 버리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단의 《라 카뇨트(La Cagnotte)》는 공간부터 특별하다. 관객은 해오름극장의 객석과 이별한다. 무대 좌우에 올린 객석(588석)에 앉아 그 사이(17m×5m)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마주본다. 제목은 '판돈 상자'라는 뜻. 카드놀이를 하다 판돈 상자에 쌓인 돈을 가지고 파리로 가는 시골 친구들의 하룻밤 여행을 따라간다.

도시는 날강도다. 그들은 도둑으로 몰리고 뜀박질이 시작된다. 강력한 연극성으로 시골집 거실에서 파리의 레스토랑, 경찰서, 사교계 살롱으로의 공간 변화를 표현한다. 장치라곤 샹들리에와 3개의 석유램프, 탁자·의자들뿐이다. 7개의 탁자는 모이고 흩어지면서 문이 되고 감옥도 되고 뗏목처럼 변형된다. 마술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블랙코미디다. 9월 9~12일.

‘제3회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개막작인 대만 경극《태풍》. 폭풍이 지나간 뒤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가 노래하는 장면이다. 색채가 강렬하다./국립극장 제공
쉬커(徐克)가 경극(京劇)을?

《황비홍》의 영화감독 쉬커가 연출한 《태풍》은 우선 청각적으로 돌진해온다. 대극장을 쩌렁쩌렁 울리며 몸에 착착 감기는 경극 발성이다. 대만의 당대전기극장(當代傳記劇場)이 셰익스피어 희극을 바탕으로 만든 음악극으로, 나라를 빼앗은 무리들을 태운 배가 폭풍우로 난파돼 복수의 기회를 얻은 프로스페로의 이야기다.

영화 《와호장룡》으로 기억되는 미술감독 팁 윕(Yip)의 의상과 무대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 권력자는 5m에 달하는 의상으로 그 힘을 시각화한다. 폭풍 장면은 폭발적인 노래와 섬뜩한 조명, 커다란 천으로 빚어낸다. 손동작 하나에도 이야기를 포개는 경극의 형식미를 감상할 수 있다. 싸움 장면에 들어오는 군무(群舞)와 아크로바틱도 볼거리다. 9월 4~6일.

드디어 상륙하는 《에스메랄다》

발레 갈라 공연이나 콩쿠르에 가면 탬버린을 들고 발로 통통 차며 춤추는 발레리나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녀가 바로 에스메랄다다. 이야기 흐름은 꼽추 콰지모도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같다. 1844년 쥘 페로 안무로 초연된 전막 발레 《에스메랄다》가 들어오기는 처음이다. 1990년대 말 국립발레단이 올린 공연은 일본 안무가의 모던 발레였다. 러시아 국립 크렘린 발레단이 내한하며, 세자르 푸니의 음악을 69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국립발레단 발레리나 김지영은 "화려하고 기술적 완성도도 필요한 작품"이라고 했다. 10월 8~10일.

▶3편 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 (02)2280-4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