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에 ‘예술’이 입혀 질 때, 젊은 대학생들의 이유 있는 시도

입력 : 2009.08.06 09:36


[OSEN=강희수 기자] ‘옷걸이’를 생각하는 기성세대의 시선은 사실 좀 각박하다. 단순하게 콘크리트 벽에다 꽝꽝 박는 대못에서부터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걸어 주는 철제 옷 걸이…. 기껏해야 슈퍼마켓에서 파는 벽체 접착형 기능 상품 정도라고나 할까?

이런 옷걸이에 예술혼을 불어 넣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전공 학생들이 주축이 된 동아리 ‘디자인 팩토리’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환’에서 오는 11일까지 펼치고 있는 ‘재미있게 걸기’라는 전시회가 그것이다.

이 전시회는 매우 드물게 ‘옷 걸이’를 주제로 삼았다. 단순한 대못을 생각하던 이들에겐 약간의 문화 충격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아이디어들이 신선하다. 스테인레스와 아크릴을 소재로 만든 형형색색의 옷걸이들은 하얀 벽체에 생명을 불어 넣고 있었다. ‘못 박힌 벽’을 극도로 싫어해 탁상용 소품만 찾던 ‘깔끔쟁이’들도 “아, 저 정도라면…”이라며 눈길을 줘 봄직하다.

이번 전시회를 지도한 상명대 전재현 교수는 “학생들에게 일단 고민을 안기고, 그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도록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막연하고 포괄적인 주제보다는 생활에 밀착된 작은 아이템에 착안해 소재와 디자인을 개발하도록 했다. 전 교수는 “옷걸이라는 소품으로 전시회를 연 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웃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소재를 선택한 것은 ‘산업디자인’이라는 전공의 특성과도 일맥상통한다. 전 교수가 이끄는 디자인 동아리는 지난 해에는 의자를 주제로 코엑스에서 야외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당시 학생들이 만든 의자는 관람객들이 일단은 앉아 보게 했고, 그 결과 편의성과 독창성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전시 타이틀이 ‘재미있게 걸기’가 된 것은 결국은 차별성이다. 단순히 ‘옷을 벽에 건다’는 기능성에서 벗어나 차별성과 예술성을 가미해 보자는 의미라고 한다. 전재현 교수는 “그냥 먹고 사는 세상은 이미 지났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집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기능성도 이제는 변화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옷걸이 하나라도 ‘어떻게 재미있게 걸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순간, 집이 갖고 있는 공간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상명대 1~4학년 학생들은 한결같이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었다”고 입을 모은다. 여름 방학도 잊고 땀을 쏟은 보람을 느끼겠단다. 그리고 생활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고 한다.

전재현 교수는 “실제 학생들이 만든 작품들 중에는 당장 대량 생산을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의 것들도 많다. 하지만 아직은 목적이 거기에 있지 않다. 자긍심과 자신감을 우선 챙겨간다면 그것으로 대만족이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사진>인사동 갤러리 환에 전시된 ‘재미있게 걸기’ 작품들. 아래 사진은 전재현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조촐한 자축연을 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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