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에 '베토벤 바이러스' 퍼지다

  • 이위재 기자

입력 : 2009.08.04 04:07

팝스 오케스트라 활발히 활동

서울 수색동 국방대학교 교정은 요즘 군인 교향악단 '팝스 오케스트라'가 켜는 악기 소리로 은은하다. 이 오케스트라는 지난 2월 음악을 좋아하는 장군부터 장교, 부사관, 병사와 직원, 그 자녀들까지 26명이 모여 만든 동호회.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교내 안보대강당에서 연습을 갖는다. 그때마다 평소 딱딱했던 군인들도 부드러운 음악의 향기에 빠져든다.

이 색다른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4월 부총장으로 부임한 박상묵(55) 공군 소장이 기치를 들어 출범했다. 색소폰 불기를 취미로 삼던 그는 가벼운 동호회 만드는 기분으로 주변에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을 모았다. 마치 지난해 인기를 끈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떠올리는 악단 결성이었다. 박 부총장은 "유럽에서는 직장이나 마을 단위로 장롱 속 악기를 꺼내온 사람들이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일이 흔하다"며 "병사에서 장군, 초등학생부터 주부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우러지면 세대와 계급를 뛰어넘은 소통에도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모인 단원들 면면은 각양각색이다. 트럼펫은 상병, 알토 색소폰은 상사, 클라리넷은 대령, 전자기타는 연구원, 첼로는 중령 딸 등 다채롭기 그지없다. 국방대 오케스트라는 지난 4월 국방대 총장 퇴임식 때 첫선을 보였다. 6월 민간 오케스트라 유로코리안필하모닉과 다문화가정 초청 협연을 한 데 이어 강동구민들을 대상으로 실력을 뽐냈다. 지난달 16일 주한 무관단과 가족들을 국방대로 초청, 연주회를 갖는 등 지금까지 4차례 무대에 섰다. 오는 14일에는 국방대 창설 54주년 기념 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국방부도 장병들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자체 오케스트라 창설을 검토 중이다.

사진=국방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