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8.04 05:43
'2009 인천 세계 여성 미술 비엔날레'
세계 40여개국 300명 참여 작가들과 작품 직접 만들고 전시 작품 구경도
인천 중구청과 자유공원 주변에서 전 세계 여성 미술인들의 큰 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 1일 시작해 31일까지 계속되는 '2009 인천 세계 여성 미술 비엔날레'다. 40여개 국가에서 300여 명의 여성 미술인들이 참가한다.
비엔날레(biennale)라는 이름 그대로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행사로, 2004년 인천여성미술인협회가 처음 연 '2004 인천 여성 미술 비엔날레'가 모태(母胎)가 됐다. 인천 미술가들만이 참가했던 이 행사가 커지면서 2007년 첫 국제 전시회를 가졌다. 이번은 그에 이은 두 번째 국제 행사다. 행사는 중구청 앞 인천아트플랫폼(옛 창고지대)에서 주로 열리며, 주변의 한중문화관 등 9곳에도 일부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림 외에 사진, 설치물, 영상 등 장르 다양
이번 행사는 본(本) 전시, 조율전, 참여전 등 크게 3가지로 나뉘어 열리고 있다. '가까이 그리고 멀리'라는 주제로 열리는 본 전시에는 미국 페미니즘 미술의 대가인 주디 시카고 등 50명의 해외 작가와 국내 작가 등 모두 101명의 여성 작가가 참가했다. 이 중에는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강은수씨와 김순임씨 등 인천 출신 유명 작가들이 있다.
그림뿐 아니라 사진, 설치물, 영상 등 장르도 다양하다. 관람객들이 여성의 젖가슴을 본떠 만든 주물과 다른 재료들을 이용해 직접 팥빙수를 만들어 먹는 과정도 있는데 아주 인기가 좋다. 태국 출신 피나리 산피탁의 '가슴탑 요리' 기획의 하나로, 이 역시 하나의 작품이다. 요즘 작가들 가운데는 이처럼 작품을 남기는 게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 즐기고 느끼는 과정을 작품으로 삼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21세기, 여성의 세기, 다양성과 희망의 세기'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조율전은 정치, 인종, 성(性)문제 등에서 차별과 억압이 없는 21세기를 만들자는 주제로 짜여 있다.
참여전은 한국 여성작가 93명이 각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개인전 공간이다.
◆관객 참여 행사도 많아
행사 기간 중에는 '열 가지 코드로 보는 미술 속 여성'이라는 제목 등의 강연회가 2번 있고, 안세은·김민경씨 등 작가들과의 대화 시간도 4차례 준비돼 있다. 관객들이 작가와 함께 작품에 직접 참여하는 행위예술 시간들도 있다. 일반인들로서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때로는 거부감까지 드는 작품들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해가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편하게 생각하고, 그냥 이곳 저곳 전시장과 거리를 천천히 걸어다니며 '문화의 향기'를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번 행사의 본전시 진행 책임을 맡고 있는 양은희(미술사 박사)씨는 "예전에는 미술이 있는 사람들의 유희 같은 것이었지만 이제는 이 분야도 민주화, 평준화가 되고 있다"며 "누구든 부담 없이 참가해서 벽을 허물고,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 시간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이며, 인천학생문화회관, 제물포구락부, 한중문화관 등 3곳의 보조 전시관은 월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관람료는 어른 7000원, 청소년 5000원이고, 단체나 가족 할인제도도 있다. 문의는 비엔날레 조직위(☎772-7727)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