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8.04 05:28 | 수정 : 2009.08.04 09:47
출품작 4점 이틀만에 팔려…
스타 작가로 떠오른 장원영씨

《2009 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 경복궁 옆 옛 기무사 건물 1층 전시장엔 작품이 팔렸다는 빨간 딱지가 유독 많이 붙은 곳이 있다. 장원영(28·추계예대 판화과 4년)씨가 출품한 작품 4점 중 2개의 〈뉴타운 예정지〉는 개막 이틀 만에 다 팔렸고, 나머지 두 작품에도 빨간 딱지가 여러 개 붙었다. 사진이나 판화 작품은 작가가 같은 작품을 몇 개만 만들어 한정 판매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에디션(edition) 번호를 붙인다.
《2009 아시아프》에서 인기 작가로 부상한 장씨는 개막 첫날 작품이 여러 점 팔리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러다 꿈이 깨버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생애 처음으로 본격적인 전시에 참여하고 작품을 팔아본 작가는 그만큼 흥분했다.
《2009 아시아프》는 재능 있고 열정 넘치는 젊은 작가들에게 수천명의 관람객을 만날 수 있는 '바다'를 제공한다. 학교에서 닦은 기량을 드넓은 곳에서 맘껏 펼쳐보이게 하고, 이 과정에서 인기 작가도 탄생한다.

서울 북아현동의 야경(夜景)을 찍은 뒤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장씨의 작품은 독특한 아이디어보다 그 속에 녹아 있는 작가의 생각과 노력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장씨는 학교 주변이 깨끗하지 못해 짜증스러웠지만 북아현동이 뉴타운으로 지정되고 재개발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지막 모습을 찍기 위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다. 장씨는 "막상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곳은 가족의 대화가 들리는 사람들의 장소였다"며 "관찰자의 시각에 따라 대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장씨는 "졸업 후까지 작품을 계속 해나갈 확신이 없었고, 교수님이나 어느 누구도 확실한 대답을 주지 못했다"면서 "아시아프에 참가한 덕분에 그 해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아시아프는 또 SAM(학생 아트 매니저)을 비롯한 젊은 미술인들에게 작가와 관람객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배울 수 있는 장(場)을 제공한다. 장원영씨의 작품 판매를 담당하는 SAM인 유수진(21·한남대 예술문화과 2년)씨는 아시아프 개막 전 장씨로부터 작가와 작품에 대한 자료를 받고 미리 연구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지 관람객에게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유씨는 "처음엔 사람들 앞에서 설명하려니 떨리고 어색했지만 지금은 자신감이 붙는다"고 말했다. 아트 딜러가 장래 희망인 유씨는 "담당하고 있는 작가와 작품의 반응이 좋아서 신이 난다"면서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생생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 양덕규(28·단국대 대학원 서양화)씨는 지난달 30일 '아티스트 스토리 타임'에서 자신의 미디어 작품에 대해 관람객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양씨는 "6분 동안 사람들에게 나를 보이고 작품을 설명한 뒤 박수까지 받으니 너무 좋았다"면서 아시아프에 참가한 미디어 아트 작가들과 동호회를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양씨는 "아시아프 전시장에 걸려 있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고 긴장된다"며 "쉬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