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8.03 03:18
러브호텔 계속 매입해 '아틀리에 빌리지' 조성 체험프로그램 상시 운영
시원스레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깔아놓은 왕복 2차선 도로로 조금 올라가니 아이보리색 건물 2개가 눈에 띈다. 한때는 러브호텔이었지만 지금은 윤병락, 이정웅, 박은하 등 70여 명의 작가가 창작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제1·2아틀리에다.
시는 이 일대를 '아틀리에 빌리지'로 만들기 위해 바로 옆 러브호텔을 매입, 33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아틀리에로 바꿀 계획이다. 완공되면 작가들에게 직접 분양하거나 민간에 위탁 운영한다. 지난달 31일 시청 문화체육과 측은 "전체 사업비 중 부지·건물 매입비 24억8000만원을 오늘 전달한다"면서 "10월쯤 공사에 들어가 내년 3~4월쯤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범했던 밤나무 숲 공원을 손질해 명소로 탈바꿈한 조각공원에는 유명작가의 작품들이 장흥을 찾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근처 조각아틀리에에는 성낙중, 나점수, 김상균 등 입주작가 7명이 작품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아트밸리에서 만난 김소정(28·회사원)씨는 "작년 6월 이곳에 왔을 땐 갓 이사한 집을 방문한 것처럼 약간 어수선하고 설익은 인상을 받았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시간의 손때가 묻어 그런지 안정감 있고 예술의 냄새도 물씬 풍긴다"고 말했다.

'천경자 미술관'과 '문신 아틀리에'는 장흥계곡에 새로 얼굴을 내비치는 주인공들이다. 천경자 미술관은 내년 5월 개관을 목표로 연면적 2838㎡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전시실과 수장고, 카페테리아, 사무실 등을 갖출 예정이다. 화가 천경자(85)씨의 작품 1200여점을 작가에게서 직접 기증받아 미술관을 채운다. 조각가 문신(1922~1995)의 아틀리에는 연면적 1000㎡ 규모로 전시실과 사무실 등을 갖춰 지어진다. '벽 없는 조각공원'이란 개념으로 산 중턱에 자리한 지형적 특색을 살릴 계획이다. 문신의 석고원형작품 80여점과 드로잉 100점 등으로 전시장을 꾸미고 문신의 생전 작업실도 복원해 공개한다. 오는 9월 착공해 내년 9월 완공 및 개관할 예정이다.
아트밸리 바로 옆 부곡리에 연수원을 갖고 있는 크라운 해태제과 또한 '부곡리 아트밸리'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러브호텔 2곳을 매입해 아틀리에로 꾸몄고, 1곳을 더 매입해 음악공연장으로 바꾸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부곡리 일대 산(33만여㎡)을 활용해 장흥 아트밸리와는 또 다른 아트빌리지를 만들 계획이다.
한편 장흥 아트밸리가 관람객 곁으로 더욱 살갑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진행 중이다. 계곡 초입에 있는 '아트파크 미술관'은 로이 리히텐슈타인, 키스 해링 등 유명 작가들의 공간. 린넨에 스탠실로 작업한 마티스의 작품 '오세아니아, 바다'(1946), 개집에서 장난치는 개 두 마리를 형상화한 요시토모의 '유년기의 강아지'(2000) 등은 어른과 어린이가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보기에 알맞은 작품들이다.
거미줄 같이 생긴 커다란 그물이 허공에 겹겹이 매달려 있는 '에어포켓(Air Pocket)'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 최고다. 알록달록한 나일론 실로 촘촘히 짠 이 그물은 일본의 섬유미술가 도시코 호리우치 맥아담이 만든 신개념 놀이터. 그물 여기저기 뚫려 있는 크고 작은 구멍 사이로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튕겨 올라가고 펄쩍 뛰어오른다.
3명의 디자이너가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디자이너와 함께하는 미술관 속 동화여행'도 9월27일까지 열린다. 박선기와 정규리 등 7명의 미술작가가 참여한 '가구로서의 그림'전도 볼 수 있다. 거실에 걸어두고 싶은 조각과 그림, 어린이 방에 걸어주고 싶은 그림들로 구성돼 있다.
오는 20일까지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서울 3호선 구파발역 4번 출구에서 조각공원까지 평일엔 왕복 4회, 주말엔 왕복 8회 움직인다.
신대수 시청 관광진흥팀장은 "아트파크, 조각아카데미, 천경자미술관, 문신 아틀리에에 이어 인근 송암천문대, 자생수목원 등과 연계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며 "아트밸리는 예술도시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