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페이퍼진] 우울한 공연계 "우린 지금 국면전환 모색중"

  • 스포츠조선 강일홍 기자

입력 : 2009.07.28 16:49

기획사 하늘소리의 한민혁 대표(50)는 지난달 하순 경남 중소도시에서 '이미자 노래인생 50년'을 소리 소문없이 마무리했다. 흥행은 커녕 공연사실 조차 외부에 알릴 수 없었을 만큼 가슴앓이를 했다. 공연 당일은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애도기간이었다. 티켓 판매를 위해 지역방송 등에 엄청난 광고물량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공연 당일은 관객쏠림을 걱정해야 했다. 추모열기가 전국을 뒤덮은데다, 무엇보다 봉하마을과도 멀지 않은 지역적 상징성 때문이었다.

"취소를 하고 싶어도 뾰족한 대책이 없더군요. 대관문제 등 수천만원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는 공연연기까지 심각하게 검토했지요. 이미자 선생님도 난색을 표명했구요. 하지만 이미 티켓을 구매한 관객과의 약속을 파기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공연은 치러졌지만 우울한 분위기 탓에 모두가 착찹한 두 시간을 힘겹게 견뎌야 했다. 노래를 부른 가수는 말할 것도 없고 고개한번 돌리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무표정한 연주를 한 악단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공연 때마다 밝은 목소리와 율동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코러스나 백댄서도 얼음공주로 바뀌었다. 그러니 무대에 선 사람이나 객석의 관객들이나 흥이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

"공연계에선 마치 천재지변 같은 상황을 겪은 셈입니다. 20년째 다양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지만 이번 처럼 갈팡질팡하며 진퇴유곡을 헤맨 적은 처음이에요."

전국을 무대로 한 투어콘서트는 최근 20여일 가까이 본의아니게 개점휴업 상태를 겪어야 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지 모른다는 우려다. 불가항력에 직격탄을 맞은 거야 그렇다치더라도 애도기간이 끝난지 한달이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도 분위기는 예전같지가 않다.

공연계의 우울한 풍속도는 오랜 경기침체와 맞물린 예고된 불황으로 볼 수 있다. 최근 1~2년 사이 가수들의 각종 행사무대가 급격히 줄어든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공연계는 얼마전 유명 가수 콘서트를 빙자한 사기사건으로 홍역을 앓았다. T공연사 A씨 등이 가수 조용필 이승철 등의 콘서트와 관련해 투자관계자들에게 수백억원의 피해를 입힌 사건이었다.

한 유명 공연기획자는 "하나의 공연이 제대로 된 볼거리로 관객들을 만나려면 적어도 수억에서 수십억원이 투자돼야 가능하다"면서 "극히 일부이지만 이런 불미스런 사건들이 곤궁한 처지를 더욱 힘들게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이미자 노래인생 50년' 외에도 '김영임의 소리 효'가 지방 순회공연중이고 이선희 이승철 바비킴 등의 가수들이 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김영임의 소리 효'를 기획해 7년째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라이브엔터의 서현덕 대표는 "공연계도 몇몇 기획사가 주도하는 부익부 빈익빈이 적용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많이 가라앉은 분위기"라면서 "최근의 몇가지 악재가 터지면서 더이상 내려갈 수 없을 밑바닥까지 추락했으니 이제부터라도 활력이 되살아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우울한 공연계가 조심스런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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